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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통하는 쇼핑의 기술

최근 중국어를 배우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장기간 어학연수를 계획하거나 단기로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연수를 가든 여행을 가든 중국에 도착해서 처음 겪게 되는 상황이 바로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중국에 가서 중국인에게 처음 써본 문장이 '뚜어샤오치앤(多少钱, 얼마예요)?'이었고, 머뭇머뭇 거리며 이 말을 하면 제 어눌한 발음을 알아듣고 외국에서 온 친구냐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물어오던 중국인들이 생각나네요.

사실 중국어를 잘 못해도 손짓 발짓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물건을 사면 그만이지 무슨 쇼핑의 기술이 필요할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텐데요. 너무 쉽게 봤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 오늘은 제가 중국에서 물건을 사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중국에서 통하는 쇼핑의 기술을 알아보겠습니다.

<읽기 전 손가락을 눌러주는 센스!!>

첫 번째 기술, 도량형의 차이를 이해하기!

중국 과일가게에서 “수박 얼마예요?”라고 물었더니 “4원(한화 약700원)”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중국물가가 싸다지만 수박이 이렇게 쌀 줄이야, 기쁜 마음으로 주머니에서 4원을 꺼내 건네는 순간 상인이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리곤 갑자기 수박을 저울에 올리더니 40원이라고 하네요.. 어찌된 일일까요? 외국인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바가지를 씌우려는 걸까요?’

앞쪽의 8자 모양의 수박은 희소성 때문에 한 통 8,888원에 팔고 있지만

뒤쪽의 일반 수박은 각각 한 근 0.9원, 1.2원에 팔고 있습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중국에서 채소나 과일은 무게를 달아서 팝니다. 과일가게 주인이 처음 4원이라고 했던 것은 한 근(斤, 500g)에 4원이라는 뜻으로 가격을 부를 때 기본적으로 '한 근에 얼마' 이런 식으로 표기를 합니다. 결국 제가 고른 수박은 5kg이였던 셈이죠.

처음에는 한 근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무게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 귤을 한 번에 세 근이나 샀다가 다 먹기도 전에 남은 귤이 썩은 적도 있고 이런 개념이 익숙지 않아 불편했는데요. 나중에는 수박 같은 과일도 한 통씩 살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만 썰어서 사올 수도 있고 오히려 덜 낭비하게 되는 이점도 있었습니다.

Tip. 한국에서의 ‘한 근’과 중국에서의 ‘한 근’은 무게가 다릅니다!

한국에서 고기나 한약재의 무게를 달 때 한 근은 600g을 의미하며, 과일이나 야채를 달 때는 375g이 한 근이 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종류에 상관없이 500g이 한 근입니다. 참고로 대만에서는 600g이 한 근이라고 하네요.

우여곡절 끝에 수박을 산 뒤, 중국에서 편하게 신을 슬리퍼를 사러 신발가게에 들렀습니다. 마음에 드는 슬리퍼를 고르니 점원이 사이즈를 물어봅니다. 쭈뼛쭈뼛 “량바이빠(两百八，280)”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습니다. 틀린 것 같아서 “얼바이빠（二百八，280）”라고 해도 갸우뚱합니다. 중국어로 숫자를 잘못 말한 걸까요?

중국은 유럽식 신발 사이즈 표기법과 동일하므로

위 사진에서 세 번째 EUR로 표기된 부분의 호수를 확인하면 됩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숫자를 잘못 말한 게 아니라 중국식 신발 사이즈 개념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발을 밀리미터(mm) 기준으로 사이즈 표기를 하지만, 중국에서는 호(号，hao)라는 표기법을 씁니다. 1호가 55mm로, 호수가 커질 수록 5mm씩 늘어납니다. 따라서 좀 전의 상황에서 '280'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46호’라고 해야 중국인이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해 본 센스 있는 신발가게 주인들은 280이라고 해도 알아듣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처럼 사이즈를 몰라서 진땀 빼지 말고 아래 공식을 사용해 본인의 중국식 신발 사이즈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겠죠?

Tip. 중국식 신발 사이즈(尺码)를 쉽게 계산하는 방법!

( 한국식 신발 사이즈(mm) - 50 ) ÷ 5 = 중국식 신발 사이즈

예를 들어 한국식 발 사이즈가 235mm라면 235에서 50을 빼서 나온 185를 다시 5로 나누어 나온 숫자, 즉 37이 중국식 신발 사이즈가 됩니다.

두 번째 기술, 할인(sale) 광고전단을 제대로 읽기!

시내 쇼핑몰에 쇼핑을 하러 갔습니다. 주위에 광고전단이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눈치껏 보아하니 세일을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80％세일, 90%세일 이런식으로 표기하는데 그렇다면 8折,9折는 각각 80%세일, 90%세일을 뜻하는 걸까요? 이렇게 팔아서 어디 본전은 남을까요?

가을,겨울철 신상품을 12% 할인해서 팔고 있다는 뜻입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중국 어디를 가든 위의 사진과 같은 세일 광고전단을 쉽게 접해볼 수 있습니다. 숫자 뒤에 붙어있는 折(zhe)는 '할인, 에누리'를 뜻하는 명사로, 동사로 '할인하다'는 打折(dazhe)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광고전단에 익숙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8折라고 쓰여있는 걸 보고 80%할인으로 착각하기 쉬운데요. 중국에서 8折는 20%할인을 뜻합니다. 즉 5折는 반값을 의미하고, 이런 광고는 보기 힘들겠지만 1折라 함은 90%할인이라는 뜻입니다.

Tip. 학생할인(学生打折) 적극 활용하기!

혹시 본인이 중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다면 학생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증을 제시하면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관광지 입장권을 구매할 때, 극장에서 영화표를 살 때,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살 때 등 광범위하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관광지는 반값할인 등 큰 폭으로 입장권 가격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관광지 입구 근처에서 가짜 학생증을 싼 값에 만들어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검표원이 가짜 학생증을 거의 다 잡아내니 안 사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 기술, 흥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중국에 가기 전에도 중국에서 흥정은 필수다, 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옷 가게에서 점원이 100원 부르는 티셔츠를 깎고 또 깎아 95원에 사온 저는 제 흥정 실력에 만족하며 중국인 친구에게 자랑했더니 중국인 친구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또 무엇이 문제일까요?

톈진(天津)의 대표적 쇼핑거리 빈장다오(滨江道),

이곳에서도 브랜드 매장을 제외하고는 흥정은 필수입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우리나라 시장에서 흥정을 한다는 개념은 5400원짜리 배추 한 통을 5000원에 사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흥정의 개념은 이 정도가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30% 정도는 깎을 수 있다고 보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이 처음 부른 값에서 50%이상 깎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관광지 기념품의 가격은 7-80%까지도 깎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이커도 없는 티셔츠를 95원(한화 약16,000원)이나 주고 사온 것을 보고 중국친구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죠. 기자의 흥정기록은 상하이의 골동품시장에서 처음 230원 부르던 골동품 시계를 170원 깎아 60원까지 내려본 것이 최고입니다.

그럼 기본적인 흥정의 기술에 대해 알아볼까요?

하나. 현지 중국인 친구에게 사려고 하는 물건의 대략적인 가격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중국인 친구와 함께 간다면 훨씬 수월하게 흥정을 할 수 있습니다.

둘.   여러 가게를 둘러보고 사려고 하는 물건의 현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   저렴한 가격을 부른 가게로 들어가 물건에 관심이 없는 척 둘러봅니다.

들어가자마자 관심을 보이는 물건은 주인이 잘 안 깎아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은 나중에,

그리고 별로 관심이 없는듯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넷.   주인이 부르는 가격을 듣고,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흥정을 시작합니다.

특히 관광지일 경우에는 주인이 부른 가격의 1/3 이하의 가격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다섯. 적정가격까지 주인이 응하지 않으면 가게를 그냥 나가면 됩니다.

보통 손님이 나가려고 할 때 주인이 손님을 붙잡고 너에게만 특별히 이 가격에 주겠다며

흥정에 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섯. 붙잡지 않는다면 본인이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다른 가게에 들어가 방금 전보다 조금 높은 가격 선에서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백화점이나 까르푸(家乐福), 이마트(易买得) 같은 대형마트에서는 당연히 흥정이 안됩니다. ^^; 흥정하는 것을 귀찮아 하거나 힘들어하는 분들은 시장을 가지 말고 가격정찰제로 물건을 파는 대형마트를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이 싫어서 가격정찰제가 잘 되어있는 대형마트에서의 물건 구입을 선호하는 중국인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같은 브랜드의 대형마트라도 지점마다 큰 가격차가 나는 물건이 있으므로 두세 군데 가격을 비교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Tip. 중국인도 궁금해하는 흥정 기술!

물건을 살 때 흥정을 잘 하는 것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실제 중국의 검색포털 사이트 바이두(www.baidu.com)의 知道(네이버 지식in과 유사한 서비스)에서 흥정기교(讲价技巧)를 검색하면 다양한 답변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은 흥정기교를 네 문장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마지막 네 번째 기술, 중국인을 섣불리 오해하지 말기!

자전거를 시장에서 사는데 주인이 참 친절하고 선량했습니다. 흥정도 비교적 잘 되어서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자전거를 끌고 나가려는데 주인이 거스름돈을 안 가져가냐고 돈을 탁자에 던집니다. 그리고 환불, 교환, 수리는 절대 안되니 다시 오지 말라고 합니다. 이 주인, 돈 받고 나니 본색을 드러내는 것일까요?’

최근에는 거스름돈을 던지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출처: 바이두(www.baidu.com) 검색

거스름돈을 휙휙 던지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중국인들의 습관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상점이나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던지는데요. 이는 그들이 불친절하고 손님을 무시한다기 보다는 과거부터 그래왔으니 본인의 행동이 외국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서히 이러한 문화도 바뀌고 있으니 좀 더 친절한 중국의 모습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겠죠?

Tip. 제품교환(退换)과 환불(退钱)

중국친구에게 제품교환과 환불이 중국말로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웃으면서 그걸 알아서 어디 써먹을 데도 없는데 왜 궁금해하냐며 되물었습니다. 실제 중국에서는 일단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고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겨도 A/S서비스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물건 구입 시 미안해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 책을 한 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전체를 보기보다 일부만 보고 생긴 고정관념이 더 무섭다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단기간 어학연수를 했거나 여행을 한 사람들 중 간혹 중국에 대한 굉장히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이 안 통하고 우기기만 한다, 바가지를 씌우려고만 한다, 불친절하다, 라는 불평이 대부분인데요. 이는 아직 대다수의 중국기업과 상점에 고객 중심의 서비스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은 탓이지 중국인 자체를 경멸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인을 너무 쉽게 폄하하기 보다는 그들의 입장에서 서서 한 번이라고 이해해보려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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