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원제(学園祭)

 학원제(学園祭) 혹은 대학제(大学際)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서 전시, 공연 등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학교 특유의 문화를 선보일 수도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는 축제입니다. 또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한데요. 일본의 학원제는 우리나라 대학축제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를까요?

2. 학원제(学園祭)에서는 무엇을 할까?

  우리나라 대학축제도 진행되는 행사가 전반적으로 비슷하듯이, 일본 대학도 마찬가지랍니다. 학원제의 주된 기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1) 일일매점(模擬店)

 어딜가도 축제하면 음식이 빠질 수 없죠! 학원제에서도 학생들이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학원제에서 음식을 파는 일일매점을 模擬店(모기텐, もぎてん) 이라고 합니다. 일일매점의 단골메뉴, 인기메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포장마차에 떡볶이가 있다면? 일본 모기텐의 대표적 메뉴라 하면 바로 타코야끼(たこ焼き)지요! 일일매점의 메뉴에도 타코야끼는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의 하나입니다. 야끼토리(焼き鳥, 닭꼬치), 야끼소바(焼きそば)도 단골메뉴로 등장하구요. 학원제 시즌은 날씨가 추워지는 11월이기 때문에 뜨거운 야끼모치(焼きもち, 구운떡)나 중화만두(中華まん)를 팔기도 합니다. 학원제 인기메뉴는 바로 '후랑크소시지' 라고 합니다. 타코야끼나 야끼소바가 아닐까 생각한 저는 좀 의외라 생각했는데요. 일본인 친구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일본인은 소시지를 매우 좋아한다고 하네요. 조리도 쉽고 해서 그런지 소시지를 팔고 있는 일일매점이 꽤 많았습니다.

(사진출처 : 야후재팬)

  디저트류 메뉴로는 초코바나나(チョコバナナ), 츄러스(チュロス), 크레이프(クレープ), 와플(ワッフル)을 주로 팝니다. 초코바나나가 인기메뉴 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츄러스가 인기라고 하네요~ 그 외로 우리나라의 떡볶이나 부침개, 터키의 케밥, 멕시코의 타코스 등 다양한 국제요리를 파는 일일매점도 인기라고 합니다.

  대학축제하면 술도 함께 하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일본 학원제에서는 놀랍게도(?) 술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술을 가지고 들어가서도 안 됩니다. 가끔 술을 판매하는 학원제도 있는데 티켓제로 판매가 됩니다. 게이오대학의 경우에는 주류티켓 구입 시 반드시 신분증 검사를 하고, 티켓은 1인당 최대 3장까지 밖에 살 수 없습니다. 왜 일본 학원제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 걸까요? 그동안 음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었기 때문인데요. 약간의 음주는 분위기를 띄워주기도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오히려 즐거운 축제를 망쳐 버릴 수도 있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아예 술을 판매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도 “술 없는 축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얼른 이런 좋은 문화가 정착 되었으면 좋겠네요^^  술이 없는 일본 학원제는 아마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거 같은데요. 술이 없어도 학원제를 즐겁게 만드는 것들이 많이 있답니다!  

 2) 공연과 전시회

  일본의 대학생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동아리 활동'입니다. 일본의 동아리 활동은 크게 '서클 활동(サークル活動)'과 '부활동(部活動)'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서클 활동(サークル活動)은 우리나라 대학의 동아리 개념입니다. 같은 관심사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교류하는 분위기로, 여유 있는 시간에 자유롭게 참여하기 때문에 학업이나 아르바이트와 같이 병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부활동(部活動)은 주로 운동부가 많아 대회에 참여하는 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단체를 중시하고 대체로 강제성을 띕니다. 그래서 부활동은 서클 활동과는 달리 오로지 동아리에만 전념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을 보다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동아리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데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거나 학업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면 부활동 보다는 서클 활동을 추천합니다. 서클 활동과 부활동의 차이를 모르고 부활동에 들어갔다가 유학생활의 대부분을 동아리 활동에 쏟았던 친구가 있었답니다.

 부활동의 종류에는 운동계와 문화계로 나눠집니다. 운동계는 대회 출전을 위해 연습도 굉장히 많이 해야 하고, 규율도 엄격해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서 몸과 정신도 건강해지고 인간관계도 형성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장점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운동계 부활동에는 야구, 배구, 축구 등의 구기류와 유도, 검도와 같은 무술(무도)계, 수영, 스키, 등산 등의 야외활동계 등이 있습니다.

 문화계는 가벼운 취미활동에서부터 보다 수준 높은 활동 공연과 다양한 작품전시를 목적으로 활동하는데요. 오케스트라, 합창, 미술, 연극 등의 예술(예능)계, 문학,과학, 수학 등의 학술계, 로봇, 기계와 같은 기술산업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목적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친목 위주로 활동하는 이벤트계 부활동도 있다고 하네요.

 학원제는 이런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학원제 한두 달 전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점심시간에도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밤을 새서 작품을 만들고 연습을 하느라 엄청 바빠 보였는데요.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작품이나 공연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때의 그 뿌듯함과 보람을 위해서, 열심히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3) 미스&미스터 콘테스트(ミス&ミスターコンテスト)

(케이오대학의 미스 콘테스트)

(와세다대학의 미스터 보디빌더 콘테스트)

  학원제의 인기 기획 중 하나, 바로 미스&미스터 콘테스트 인데요! 미스 콘테스트는 방송계나 연예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도쿄대학(東京大学)의 미스콘테스트는 '아나운서의 등용문(女子アナへの登竜門)' 이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아나운서 중에 미스콘테스트 우승자가 많다고 합니다. 미스 콘테스트만 있으면 서운하겠죠? 잘생긴 남자 이케맨(イケメン)을 뽑는 미스터 콘테스트도 있습니다. 와세다 대학은 특이하게도 보디빌더 콘테스트를 개최합니다. 울퉁불퉁 사나이들의 매력이 물씬 느껴지시나요~?

4) 유명인 초청 기획

  우리나라 대학축제의 큰 관심사는 바로 '연예인'인데요. 일본 학원제에서도 유명인을 초청하는 기획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명가수의 라이브가 주를 이루는 반면, 일본 학원제는 크게 라이브(콘서트), 토크쇼, 개그맨 만담(お笑い), 강연회로 나뉘어서 진행되는데요. 골라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 2012년 일본 학원제에 가장 많이 초청된 연예인은, 가수 시미즈 쇼타(清水翔太), 개그맨 스기쨩(スギちゃん), 가수 겸 배우 다이고(DAIGO) 였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쇼와여자대학(昭和女子大学) 학원제에도 시미즈 쇼타와 다이고가 왔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학원제의 전반적인 기획구성에 대해 소개드렸습니다. 저는 이번에 도쿄의 3대 명문 대학이라고 불리는 도쿄대학(東京大学), 케이오대학(慶應大学),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의 학원제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전반적인 학원제 기획 구성과 분위기는 세 학교 다 비슷했기 때문에, 각 대학 학원제의 큰 특징을 주로 소개해드릴게요.

3. 케이오대학(慶応大学) - 미타제(三田際)

 '三田際(미타사이)'는 케이오대학(慶應義塾大学) 학원제의 명칭입니다. 매년 11월 23일 전후에 예년 4일간 진행이 되는데, 올해의 미타제는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미타제는 올해로 54회를 맞이하였고, 매년 약 20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본최대의 학원제입니다.

 미타제의 기획 중에 「福引(후쿠비키)」 라 하는 재미있는 것이 있어 소개드릴게요. 福引(후쿠비키)란 일명 '제비뽑기' 입니다. 福引(후쿠비키)의 수익은 전액 미타제의 운영비로 충당되어서, 미타제에 참가하는 단체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줄여주는데 쓰인다고 해요.

 
 福引(후쿠비키)는 하나에 300엔에 판매되고 있구요. 참가상과 일반상으로 상품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참가상이라도 300엔 이상의 상품이 담겨있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 재미로 가볍게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福引(후쿠비키) 참가상>

<福引(후쿠비키) 일반상>

2012년 미타제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성황리에 종료 되었습니다.

4.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 와세다제(早稲田際)

 「関わる全ての人が夢追い人で在り続ける(관련된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꿈을 좇는 사람으로 남아 있기를)」 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와세다대학의 학원제 와세다제는 올해 11월 3일부터 4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와세다제의 특집으로 제작된 2012 와세다제 공식 PV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영상 주소) http://youtu.be/I-yp2k7rozk

 오프닝&엔딩 페스티벌, 퍼레이드, 와세다 비즈니스컵 등 와세다제의 다양한 기획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획은 'くまスタ(쿠마스타)' 라고 하는 스탬프 릴레이 였습니다.

 캠퍼스 내에 설치된 릴레이 포인트를 돌면서 스탬프를 찍어 모으면 되는데요. 작은 이벤트지만 와세다를 처음 가본데다 사람도 많아서 정신없었는데, 스탬프 릴레이 덕분에 길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스탬프를 모으기 위해 여기저기 캠퍼스 내를 기웃거리면서 축제를 즐겼습니다. 스템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와세다제 이외의 다른 학교에서도 스탬프를 찍는 행사가 있었는데, 여러분들도 일본 학원제에 가시면 한 번 참여해보세요.  와세다제 역시 많은 사람들이 놀러와 축제를 즐겼습니다! 그 현장으로 gogo~!

4. 도쿄대학(東京大学) - 코마바제(駒場際)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학원제는 바로 일본의 1위 명문 대학 도쿄대학(東京大学)의 학원제 코마바제(駒場際)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놀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굉장히 궁금했던 저는 학원제 중에서 도쿄대학을 가장 기대하며 다녀왔는데요. 도쿄대학의 코마바제의 그 생생했던 현장을 자세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코마바제 첫 날에 갔는데, 하필이면 비가 주룩주룩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입장하기 전에 팸플릿을 받았습니다. 일본 학원제의 팸플릿은 팸플릿치고 상당히 두꺼운 책으로 되어있는데요. 내용의 대부분이 학원제를 스폰 해주는 기업이나 가게의 홍보입니다. 그리고 각종 동아리의 공연이나 전시회의 일정이 실려 있는데, 동아리가 정말정말 많았습니다!

  코마바제에 어서오세요~

캠퍼스 밖에서는 각 학과나 동아리에서 음식을 팔고, 광장에서는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안 복도에는 각 동아리의 홍보 전단지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강의실은 각 동아리의 발표회나 전시회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만든 작품들에서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다시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면 저도 꼭 동아리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위의 사진은 과학 동아리 부스였는데, 동아리 부원들이 아이들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옆에서 같이 들었는데 정말 이해가 쏙쏙 되게 쉽게 잘 가르쳐 주더군요.^^ 색종이부 역시 아이들에게 색종이 접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코마바제를 포함하여 일본 학원제에서 좋았던 점은, 그 학교 학생들만이 아니라 근처의 주민들이나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였다는 것입니다.

 밴드 연주회가 열리는 강의실들은 내부를 어둡게 하고, 조명으로 무대만 밝게 연출해서 소극장의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다들 아마추어 임에도 불구하고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어서 자동으로 박수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