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라쿠란?

 분라쿠는 여러분이 많이 들어보신 가부키, 노와 함께 일본의 3대 고전예능으로 꼽힙니다. 2009년 9월에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을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무대예술이지요. 그럼 과연 분라쿠는 어떠한 예능이기에 일본을 대표하게 된 무대예술이 되었을까요?  

 분라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샤미센을 반주로 삼은 악곡이며, 낭창하는 조루리에 맞춰 인형을 움직이는 예로서 일종의 악극입니다. 교토∙오사카를 중심으로 발전한 분라쿠는 17세기 후반부터 여러 유파가 생기게 되어 다케모토 기다유, 지카마쓰 몬자에몬 등의 위대한 다유와 작가들이 탄생했습니다. 당시에는 가부키의 인기를 뛰어넘을 정도의 인기를 누리며 분라쿠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이에 분라쿠의 공연이 가부키 공연에 영향을 끼칠 정도까지였습니다.

 본래 분라쿠는 인형 조루리라고 불리었지만 1872년 1월, 우에무라 분라쿠켄이란 사람이 오사카에서 인형 조루리 상설극장에 자기 이름을 붙여 ‘관허 인형 조루리 분라쿠 좌’라고 이름을 표기한 후부터 인형 조루리는 점차 분라쿠라는 고유 명사로써 쓰이게 되었습니다.

 
2. 분라쿠의 구성

 
 이러한 분라쿠는 단순히 인형만을 다루는 예능이 아닙니다. 인형을 조종하는 조종사, 등장 인물의 대사와 사건의 전개 등을 낭창하는 다유, 그리고 분라쿠의 반주를 도맡는 샤미센이 있어야 비로소 분라쿠로써의 예를 보여줍니다. 세 요소가 화합이 잘 된 공연일수록 관객들에게 있어 깊은 감명을 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①인형조종사

출처:http://www2.edu.ipa.go.jp/gz2/g1bun1/g15nng/g1nng1/IPA-bun190.htm

 일본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에 있어서 다른 나라와 비견하여 독특한 특징이 돋보입니다. 바로 하나의 인형을 조종하는데 있어서 3명의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출처:http://www.kissport.or.jp/column/dentou-geino-bunraku/index.html

 하나의 인형을 조종하는 3명의 조종사는 주조종사, 발 조종사, 왼손 조종사로 나뉘어집니다. 주조종사의 경우, 인형의 얼굴 표정과 오른손을, 발 조종사는 인형의 양 발을 두 손으로 움직이며, 왼손 조종사는 인형의 왼팔을 조종합니다. 조종사들은 모두 구로코라는 검은 옷을 입음으로써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라는 메세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조종사 중에서도 주조종사가 인형을 조종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발 조종사가 움직이기 쉽게 하기 위하여 높은 나막신을 신음으로써 인형을 높게 유지할뿐더러, 100cm가 족히 넘는 유아 정도의 무게의 인형을 떠받들며 섬세한 표정 연기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3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호흡이 맞아야만 인형은 비로소 하나의 배우로 탄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②다유

출처:http://www.heibonnotomo.jp/japaneseworld/id90.htm

 다유는 극에 맞춰 낭창을 하는 이야기꾼을 말합니다. 혼자서 극 중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1인 다역을 맡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진행과 장면, 풍경 등 온갖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혼자서 다양한 것을 이야기하다보니 긴 작품에서는 중간에 교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와는 또 다르게 애절하게 끓어오르는 음을 내며 독특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③샤미센

출처:http://photo.sankei.jp.msn.com/kodawari/data/2011Bunraku/Bunraku09/

 샤미센은 분라쿠에서 반주되는 악기입니다. 특히 분라쿠에서의 샤미센은 굵은 대 샤미센으로써 정좌자세로 앉아 연주를 하며 심금을 울리면서 찌릿찌릿하게 울려퍼지는 음이 특색인 악기입니다.

3. 분라쿠의 대표적인 작품들

①소네자키신주

출처:http://www5f.biglobe.ne.jp/~yoshi3/jyoururi.htm

 일본어로 ‘신주(心中)’의 뜻은 남녀가 이승에서 못 다 이룬 사랑을 저승에서 이룬다고 생각하여 사랑하는 남녀가 동반자살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주는 에도시대에 유행처럼 퍼져나갔고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공연으로 제작한 것이 바로 지카마쓰 몬자에몬의 ‘소네자키신주’입니다.

줄거리는 오사카 시내의 간장 도매상 도쿠베는 유곽 텐마야의 유녀 오하쓰와 깊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쿠베는 간장가게 주인 구에몬의 조카딸과 결혼을 약조하였고, 구에몬은  도쿠베의 탐욕스런 계모에게 지참금을 주었습니다. 도쿠베는 이를 알고 계모에게서 지참금을 돌려받게 되지만 친구이자 불량배인 아부라야 구헤이지에게 속아 지참금을 빌려 주며 배신을 당하게 됩니다. 결국 마을 사람들에게 누명을 뒤집어 쓴 도쿠베는 사랑하는 오하쓰와 죽음을 다짐하며 소네자키텐진의 숲에서 같이 목숨을 끊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특히 소네자키신주에서는 남녀가 도망을 가게 되는 ‘미치유키’의 장면과 소네자키텐진의 숲에서 ‘신주’를 하는 장면이 손에 꼽히는 명장면입니다.

 <소네자키신주 中>

 오하쓰가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어서 죽여요, 죽여 주세요.” 라며 보채는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명이라도 재촉하듯, 절간의 새벽 염불 소리 들려 온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마지막 독경을 반주 삼아 가엾게도 저승길에 올랐다. 긴 잠이 들었다. 소네자키 숲속의 이슬이 되었다.
 

②메이도노 히캬쿠

출처:http://d.hatena.ne.jp/japojp/20110302/1299055152

 메이도노 히캬쿠 역시 지카마쓰 몬자에몬의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꽤 복잡하면서도 우여곡절의 갈등이 많이 나타내는 양상입니다.
 파발꾼 주인의 양자인 추베에는 신마치의 유녀 우메카와에게 반해 매일 유곽을 드나듭니다. 추베에가 이로 인해 유흥비가 부족해지자 친구인 하치우에몬에게 보내 온 돈을 가로채서 쓰게 됩니다. 이를 알게 된 하치우에몬은 추베에가 돈이 궁하다고 사람들에게 폭로하고 다니지만 추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돈을 자신의 돈인 것 처럼 펑펑 쓰고 다닙니다. 그러나 결국 추베에는 유녀 우메카와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함께 도망을 가게 됩니다. 이후 쫓기는 신세가 된 두 사람은 눈밭을 하염없이 걷다 붙잡히게 되어 추베에는 처형을, 우메카와는 석방됩니다.

 이 이야기는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지극히 서민들이 공감할만한 비극을 소재로 하여 서민들에게 있어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출처: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6153

 혹시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 'Dolls'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영화 'Dolls'는 분라쿠를 모티프로 만든 영화로써 두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 중 두 남녀의 모티프가 되는 분라쿠가 바로 이 메이도노 히캬쿠이기도합니다. 영화 도중에 나오는 분라쿠 공연도 메이도노 히캬쿠로써 이 점에 유념을 하시고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더욱 영화를 풍부하게 이해를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