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름다운 것중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때묻지않은 자연과 그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영화 <컵>도 그 아름다움의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말고 순수함이 넘쳐납니다. 보고나면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영화죠.

중국의 탄압으로부터 탈출한 티벳인들-그들도 결국엔 승려가 되죠-과 승려들이 '인도'의 승인하에 세우고 꾸려가는 어느 망명사원이 주무대인 영화 <컵>은 어리아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조금은 기아하게 들리는 노랫소리로 시작합니다. 노래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아주 경건해 보입니다-'손'이 클로즈업되고요. 그 위로 아이의 노랫가락이 조용히 내려앉는 듯합니다.

고통이란 놈은, 자기앞에 닥치기 전에는 참으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티벳의 독립투쟁과 티벳인들의 고통 역시 멀리떨어진 '남'의 일이기에 제자신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리 특별하게 다루지는 않고요. 다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티프의 하나정도로 묘사되죠. 그러나 고향 티벳으로 돌아가는 날을 꿈꾸며 하루에도 몇번씩 짐을 꾸리는 큰스님의 모습에서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속에 보이는 큰스님은, 당신께서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모두에게 평안과 위로가 되는 그런 존재입니다. 모든 것을 포용할듯한 큰스님의 약간은 야윈어깨와 단한번 짓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미소 그리고 제자들을-그리고 티벳인들 모두를-자식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은 진실로 큰 깨달음을 얻은 고승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이런 큰스님밑에서 망명사원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있는 게코스님은 앞선세대와 새로운세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어린승려들에게는 다소 엄격한 듯 보입니다만 게코스님 자신도 은근히 변하의 물결을 수용할줄아는 융통성을 보여주죠. 사실 그가 어린 제자들을 다스릴때의 엄격함이나 그들의 세계를 인정해주는 이해심들은 마치 삼촌의 모습을 보는것처럼 정겹습니다. 또한 "축구에 대해 어찌 그리 잘 아느냐"는 큰스님의 질문에 부끄러운 듯 어색하게 지어보이는 미소는 의외로 천진난만함이 가득합니다. 결국 그가 지어보이는 근엄한 표정은 어린제자들의 게으름과 빗나감을 바로잡기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죠. 정말 맘에드는 스님입니다.
한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군요. 티벳인들의 국경탈출을 도와주는 비쩍마른 그 사람말이죠. 비록 영화초반에 잠깐밖에 나오진 않지만 그의 마음씀이나 태도등은 본받을만합니다. 대가없는 희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거든요.

영화 <컵>에서 보여지는 어린승려들의 일탈은 마치 우리들의 개구쟁이 시절을 보는 것처럼 즐겁습니다. 그들의 작은모험에 나 자신도 동참하고 있는 듯 설레이고 조마조마하기까지 하죠. 조금은 낯설은 인도의 자연속에서 티벳의 어린승려들이 벌이는 천진난만한 작은소동들은 우리들의 어릴적 추억담을 떠오르게 합니다.
한편 불교의식을 수행하는 장면의 장엄함은 보는이들의 가슴을 숙연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숙연함속에서도 어린승려들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모든 시간과 공간이 놀이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컵>이 더 편안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쨓든 보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