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매니저요? 역시 경제/경영 파트에 딱 맞는 표현 같군요.”

“갈수록 사람들은 더 바빠지고, 여유도 없고, 피곤한 일상의 연속이잖아요. 그런 일상에서 하루 수 십, 수 천권의 책 중에서 보석 같은 책을 가려낼 시간도 없고요. 그렇다고 이 책 저 책 많은 책들을 탐닉할 힘도 여유도 없잖아요. 그런 독자들에게 청량제 같은 책을 책을 골라서 영양가 넘치는 식탁을 차려주는 매니저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덕분에 언제나 제 서재에는 다양한 책들이 넘쳐나고 있죠.”

“그렇군요. 북 마스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도 그런 이유에서 인가요?”

“처음부터 북 마스터라는 직업을 갖은 건 아니었어요. ‘Safe is risky’ 라는 말이 있죠.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한국에 구글이라는 검색엔진이 등장했어요.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이 되었잖아요. 가장 위험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이에요. 출판 편집자 생활6년차를 지나면서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 넒은 세계로 도전하고 싶었어요. 지금 이대로 살아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한다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편집자 출신이셨군요. 북 마스터와 출판 편집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책을 한 그루의 나무로 본다면 북 마스터는 큰 숲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편집자는 한 그루의 나무를 잘 키워내는 사람이겠죠. 편집자의 경우 나뭇가지 하나부터 잎사귀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해요. 반면에 북 마스터의 경우는 큰 흐름에서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만들어 내야 하죠. 보살펴줘야 할 나무들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떤 나무를 키워낼지 선택을 잘 해야 해요.”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는 일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계실까요?”

“글쎄요. 사실 전 종이 밥을 먹고 살 운명이에요. 이름부터가 말이죠. 제 이름이 임채욱인데, 수풀림에 캘채, 빛날 욱자를 써요. 그 뜻을 조합하면 ‘숲 속에서 빛을 캐는 사람’ 이죠. 좀 거창한가요? (웃음) 책은 종이로 만들고, 종이는 나무에서 만들어지잖아요. 나무들이 모인 숲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캐고 있을 테니, 태생부터 종이 밥을 먹고 살 운명인거죠. 제 책상에는 언제나 종이 밥이 수북이 쌓여있답니다.”

“그럼 만약, 지구상에 종이가 없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지구상에 종이가 없다면..(웃음) 이효리나 원더걸스 같은 스타들을 만들어내는 일을 했을 것 같아요. 대학 때 음악에 소질이 있는 후배들을 모아서 <one miracle at a time> 이라는 밴드를 결성했어요. 물론 저는 무대체질은 아니니까 매니저를 맡았고요. (웃음) 여기서도 매니저가 나오는군요. 천성이 매니저인지..그 때 제 자작곡도 2곡이나 있었고, 정기공연도 몇 번 가졌어요. 비록 2년 후 해체했지만 열정 하나는 최고였죠. 아.. 이효리나 원더걸스와 함께 일할 상상을 하니, 갑자기 종이 밥 먹을 운명을 안겨준 제 이름이 원망스러워지는데요. (웃음)"

"(웃음) 그 이름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뭔가요?"

“아무래도 속 썩이는 자식에게 더 정이 가는 것처럼, 제가 만든 책 중에 <난도의 위대한 귀환>이라는 책이요. 영화 <얼라이브> 아시죠?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럭비선수들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요. 45명의 탑승자 중에 13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남은 생존자들이 인육을 먹으며 72일간의 사투를 이겨낸 이야기에요. 책은 실제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난도 파라도가 쓴 거고요. 영화를 먼저 봐서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로 끔찍하고 처참했어요. 반면에 굉장한 울림도 있는 책이에요. 특히 요즘 같은 찜통 더위에 영하 30도의 안데스 산맥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겠네요."

“경제/경영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실 텐데 재테크도 잘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재테크라.. 인터파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터파크 주식을 안고 다닌 지 언..1년이 넘었군요. ‘내가 열심히 일해서 실적이 높아지면 주가도 오르고, 결국 주주인 나도 돈을 벌겠지’ 라는 순진한 마음을 덤볐죠. 재테크가 뭐 별건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내다 보면 돈이건, 명예건, 다 따라올거라 생각해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소중한 것이라.. 소중한 거라면 많이 있겠죠. 그 중에서도.. (웃음) 아.. 저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라면 먹고 갈래?" 라는 작업성 멘트가 통하지 않아서 “도대체 어떡하면 내 마음을 받아주겠니?”라며 아주 힘~겹게 꼬신(?) 제 아내에요. 내가 성공하는 것보다 전도유망한 조각가인 그녀를 성공시키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외조 중입니다. (웃음)"


“라면 먹고 갈래요?.. 그건 그 유명한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씨가 유지태씨에게 작업 걸 때 했던 멘트?”

“네, 맞아요. 근데 안 통하더라고요. (웃음) 니 나이 마흔까지는 내가 책임질테니, 그 이후부터는 니가 날 책임져야 한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제 맘대로 해놓고, 오늘도 책속에 파묻혀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저를 책임져 줄 사람인데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웃음)"


"경제/경영 북 마스터로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 6권만 소개해주세요."

“음 지금 굉장히 힘든 시기잖아요. 경제도 그렇고, 이럴 때 읽으면 힘이 되는 책 <10미터만 더 뛰어봐!>를 먼저 추천할게요. 잃어버린 헝그리 정신을 되찾고, 다시 일어서는 진정한 뚝심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에요. 두번 째는 <마지막 강의>인데요. 이 책의 저자 랜디 포시 교수님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감동적인 강의를 이어가신 분이죠. "


"아 랜디 포시 교수님, 저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에요. " 

"네. 결국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더군요. 처음 읽을 때도 가슴이 짠~ 했는데 타계 소식을 듣고 다시 보니 괜시리 집에 두고 온 아내에게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웃음)  세 번째 추천 책은 <화폐전쟁>입니다.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저처럼 의심 많고, 세상을 조작하는 악의 세력이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통쾌한 희열을 안겨줘요. 세상의 감춰진 진실을 벗겨낸다고 할까요? 네 번째는 <통찰의 기술>입니다. 경제분야 도서를 정말 싫어하는 분들도 좋아하셨던 책이에요. 정말 쉽게, 핵심을 콕콕 집어낸 책이죠. 다섯 번째는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를 추천해요. 역시 장하준 교주, 이번에 국방부 불온서적의 주인공으로 오르는 영애(?)도 안으셨죠. 그저 청와대에 몇 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웃음) 마지막 여섯 번째 추천 도서는 <설득의 심리학 2>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에이리언1 보다 에이리언 2가 재미있었던 것과 같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구구절절 추천 사유가 분명한 책들이군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드디어 올림픽이 시작됐네요. 4년 전 부정출발로 퇴장 당했던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 중국 선수에 밀려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장미란 선수, 연장전 투혼 끝에 우승을 놓친 우리 여자 핸드볼 선수들.. 4년 전에는 모두 아쉬운 눈물을 흘렸지만 다시 찾아올 올림픽을 위해 뼈를 깎는 훈련을 했을 거에요. 살아보니 누구나, 생애 최고의 순간은 거저 오지 않더라고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살기 힘든 시기일수록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해요.

힘겨운 순간순간 인터파크도서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앞으로도 보석같은 책들로 가득한 울창한 책의 숲을 가꿔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시고, 제 북피니언에도 자주 놀러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임채욱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유쾌한 시간이었다. 한 때는 조각같은 외모로 달빛에 비추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는 고독한 영혼이었다는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랑하는 이를 소중히 아낄 줄 아는 인터파크 최고의 훈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특유의 재치로 큰웃음을 선사해준 임채욱 북 마스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지금처럼 책이라는 나무들로 사시사철 푸르른 울창한 숲을 만들어가며 그 속에 감춰진 보석 같은 책들을 발굴해내길 바란다.  

[임채욱 북 마스터 북피니언 다시보기]

더불어 이번 주 인터뷰 주인공 임채욱 북 마스터의 인터뷰를 읽고, 느낌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행운의 주인공 3명에게 임채욱 북 마스터가 추천한 책을 한 권씩 선물한다.

다음 주 인터뷰의 주인공은 가정과 생활 분야의 김하연 북 마스터이다. 김하연 북 마스터에게 꼭 물어봤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정글북 방명록에 남겨주길 바란다. 다음 주에도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