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형사(그것도 범죄는 물론, 온갖 삶에 찌든 형사)가 나오는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최근 북구 스릴러 문학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흥미를 끌었지요.

 

 이 이야기는 간통이라는, 상당히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배경은 1980년 한 가정집 앞에 눈사람이 생기지요. 대개 눈사람은 길을 바라보고 만드는데 그 눈사람은 집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 눈사람이 나타난 곳에는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주인공인 형사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에서 연쇄살인을 해결한 유일한 형사로서, 그는 10여 년 동안 첫눈이 오는 날 가정이 있는 여자들이 한 명씩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쇄 살인의 가능성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추적하는 동안 사건이 자신 주변의 인물들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요 네스뵈의 이야기 전개는 매우 절묘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 교차는 물론, 이 사람, 저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그러다가 반전을 통하여 이 인물과 저 인물이 사실은 어떤 관계인지 밝혀지는 과정이 매우 자세히 그려져 있으며 추적 과정의 디테일도 매우 자세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은 엽기적인 살인을 계속 저지르지만 동기를 보니 묘하게 공감이 가더군요, 간통으로 인하여 자신이 그렇게(스포일러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되었기 때문이니까요.

 

 작가 요 네스뵈는 1997년 <배트맨>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시작하였고 이 작품은 일곱 번째입니다. 190센티미터의 키에 노르웨이 유일의 연쇄살인범 검거 경력을 가진 형사 해리 홀레, 악과 싸우다 자신도 악에 물들고 거기다 지독한 알코올 중독증 환자이기까지 한 인물이지만 끈기 있게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점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죠, 이 시리즈로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북구 추리문학을 대표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단지 염려되는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하여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구 사람들 사생활에 대한 편견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