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일본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그리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는 판단인 것 같다. 많은 시간을 들여,  일본의 역사와 사상, 철학에 관한 책을 찾았으나, 내가 기본으로 생각하는 text는 번역서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일본의 사상과 철학에 관한 책보다 일본사에 관한 책이 많지만, 일본사에 관한 책도 기본적인 text가 된 것은 역시 번역서이다. '일본을 이긴다'는 생각이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일 수도 있지만, 매번 독도문제가 있을 때마다 들끓은 국내 여론을 생각하면 이렇게 상식 수준의 책을 넘어서지 못하는 국내의 연구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조금 답답하다.

...'마리우스 B. 잰슨'의 책이 내 앞에 놓여 있다. 200년이라는 시간(1770~ )이 지금의 일본을 만든 시간이었다는 그의 주장이 들어 있다. 그의 주장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는 한국인이 쓴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일본은, 관광과 어학을 배우기 위한, 한국보다 더 나은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한 대상인가? 아니면, 철저히 분석하고 냉철한 인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외국인가? 책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선 시대에는 일본을 매우 앞섰던 문화선진국이었다고 배웠다. 현재도 이렇게 가르치고 배운다. '마리우스 B. 잰슨'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은 '조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문물을 받은 것 외에 영향을 받은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내세웠던 주장을 정확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한 것이 된다.(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게 좋은 text를 알려 주기 바란다. 우리의 문화와 일본의 문화, 우리의 사상과 철학, 일본의 사상과 철학의 연결에 대해 세밀하게 알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꼭 찾고 싶다.)

...일본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할 것이 아닌가?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를, 좋은 text로 접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