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내게 소설을 읽을 마음을 다시 일깨운 책이 '신경숙'이라...오래된 기억이 떠오르고 -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김정현의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처럼 - 소설을 비롯한 문학을 새롭게 읽을 마음마저 드는 것은, 나의 오랜 책읽기의 바탕이 소설이었기 때문일까?)

...베스트셀러였던 소설, 출간 2년이 지나서야 읽었다. 사실 아내의 말이 아니었다면 평생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을 책이지만, 어제 아내가 읽었고, 오늘은 내가 다 읽은...'베스트셀러의 힘'을 느낀다고 할까? '엄마를 부탁해'는 그렇게 다가왔다.

...'엄마' - '어머니'보다 훨씬 정감이 가는 말이다. 저자는 독자 모두가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엄마의 인생에 대해 엄마의 삶에 대해 엄마의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원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매우 친절하게도 책은 해설을 통해 작가의 말의 의미를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문학은...읽는 이에게 그 해석의 전부를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조금 지나친 면이 아닌가 한다.

...'길을 잃은 엄마는 돌아온다는 말이 없다.' - 내용상 엄마는 돌아오지 못한다. 엄마가 돌아오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랜 시간 엄마는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대부분의 우리네 엄마들이 그러했듯이...그녀의 삶이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그녀의 몫이다. 독자가 판단하는 것은 일반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그녀의 행복에 대해 뭐라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하겠다.

 -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면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의 삶을 현재보다 나은 내일에 있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소설을 읽고 감동하는 사람과 우리가 속한 시스템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은 별개의 사항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소설을 읽지 않고 역사를 중심으로 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 - 

...물론, 어느 저자의 어떤 글이라도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살았던 땅에서 태어났고, 현재 생활하고 있으며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출판의 위기라는 이 시대에 '엄마를 부탁해'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감정에 너무 얽매이는 것도 그다지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많은 사실들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미성숙한 단계에 있다는 것이 아닐까? '정신적 미성숙'은 '문학적 감동'으로 치유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신경숙의 소설은 마음의 위안이 되는 매우 특이한 소설이다. 힘겨운 삶에 도움이 되는 위안을 얻었다면 다시 힘을 내어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와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힘들다고 하는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 -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것이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