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알렉산드로스의 33년을 생각하며 글의 제목을 정했다. 10대 후반부터 전장을 누비며 세상의 끝까지 가려 했던 그의 삶은 후세 사람들이 ’신화’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결코 화려함이 아니었다. 숱한 전장에서 많은 부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많은 이들과 이별하고 다시 삶의 끝에서 쓸쓸히 생을 접은 그의 인생이 정말 화려했던 것일까?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을 읽을 때와는 달리, 그의 삶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 느낀 것은...’평범함이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고, 일상의 평온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었다. 인류의 고전이라 불리는 삼국지는 오늘도 어디선가 읽히고 있겠지만, 권력과 이름을 남긴 많은 사람들 외에 민중의 피폐했던 삶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이유로 앞서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으로 ’로마인 이야기 10’을 정한 바 있었다. 평화로운 시대에 살았던 이들이 새삼 부러워지는 겨울,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는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강력한 왕의 아들로 태어나 카리스마가 넘쳤던 어머니와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교육을 받은 인물, 그가 바로 알렉산드로스이다.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는 유년 시절부터 알렉산드로스를 평생의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알렉산드로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행하게 했다.

...멤논과의 치열한 전투와 필로타스의 반란에서 알렉산드로스는 많은 것을 얻었고 또한 많은 것을 잃었다. 그의 승리는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었고, 많은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가 역사에 남긴 것은 위대한 승리도 광활한 영토도 아니었다. ’헬레니즘’이라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추구했기에 그는 역사에 남았고, 가치를 드높였기에 그는 불꽃처럼 역사에서 사라져 갔다.

 -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왜 20세기에 들어 ’미시사’가 역사학에서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 ’민중의 역사’가 진정한 역사가 아닐까?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완성된 시대에 통치했던 왕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 피라미드를 건설한 이들은 이집트의 근본이었던 많은 민중들이었다.

...’역사의 영웅’을 다룬 이야기를 읽는 것은 이것으로 마칠까 한다. 3,000년의 역사를 시간과 공간으로 나누어 읽고, 인류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던 이들의 이야기도 그동안 많이 읽었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리고 19세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가 아닐까?

...’카이사르, 나폴레옹, 알렉산드로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지도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그들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진정 세계에서 인정받는 나라가 되고 싶다면,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워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오늘도 현실적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 수많은 이론가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나서 정책을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