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볼 때 추천사를 먼저 보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책일 읽기 전에 선입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이다. 실재로 추천사를 읽고 책을 들었을 때, 나의 감상이라는 조각들이 실재로는 그들에 의해 조작된 것(그들의 의도때문이 아니라, 쉽게 영향을 받는 나의 문제이다.)인지 아니면 진정한 나의 깨달음인지 종종 헛갈린다. 그래서 이번에도 추천사는 나중에 읽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집어들었건만, 표지에 보이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추천인이 기독교관련인사들이다. 그때문에 벌써부터 그리도 조심했던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저자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밝힌 책에는 일반인들이 읽기엔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일반인들 중의 하나이므로 읽어보기 전부터 거부감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다시금 집어들었다. 그곳에서 기독교인이기에 앞서 커다란 한 사람을 만났다.

"실로 실명은 내게 축복의 통로였다."

큰 감동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눈이라 함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긍정이었다. 만약 내가 그처럼 열넷의 나이에 실명을 했다면, 과연 그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희망을 읽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그 나이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이면 어떨까?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처럼 연약하고 예민한 나이에도 생애 가장 큰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앞에서도 굳건히 살아내었다. 아니, 그 때문에 더 힘을 내었고 실재로도 성공했으며, 그에 더해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있다. 이러한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실명은 내게 엄청난 좌절과 고통을 주었지만, 동시에 보람과 기쁨도 안겨주었다. 실명때문에 눈물과 절망과 어둠 속에서 헤맸지만, 동시에 희망과 빛을 발견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이처럼 항상 한없이 따뜻하고 강한 그에게도 처음은 힘들었다. 좌절하고 방황했다.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그렇지만 그는 그 순간을 이겨내고 더 큰 세상을 위해 누구보다 힘썼다. 남들의 몇갑절은 노력하고 공부했다.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더욱더 그의 힘겨웠지만 열정에 찼던 인생을 감동스럽고 존경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머나먼 타국에서 힘든 유학생활을 하던 일,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아이들을 따로 떼어놓아야 했던 일, 아내에게 힘든 뒷바라지를 하게 했던 일 등등.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들도 생각만으로도 벅찰 일들을 하나하나 이겨내는 것을 보며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는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기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까지 도와가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과연 이대로 좋은걸까? 나의 조그만 행복에도 매사에 감사해하며, 더욱 열성을 다하며, 나보다 남을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열마디 말보다, 이렇듯 실천을 통한 설득이 훨씬 더 강한 힘이 있다. 공자님말씀이 꼭 맞는 것같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먼저 실행하라. 그런 다음 말해라." 그의 삶이 남을 설득시키는 것을 목적에 두지 아니하였음을 안다. 그러나 그만큼 행동의 힘이란 말의 힘보다도 무겁다는 것을 그가 나에게 행한 일을 통해 새삼 알게되었다.

중간중간 교인의 색채가 많은 것이 조금은 걸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들 교인을 독자로 두고 쓴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라도 항상 감사하는 그의 태도는 나를 조금이나마 성숙하게 한 것 같다. 한권의 책이 많은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나의 마음, 나의 열정이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성장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