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나 카르다가 느릅나무 가지로 땅바닥을 긁자 세르베르의 모든 개가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하여 주민들은 공황에 사로잡혔다. 늘 입을 다물고 있던 이 개들이 짖기 시작하며 온 우주의 끝이 다가온다고, 사람들은 기억할 수 없는 옛날부터 믿어왔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그리고 우리는 조아나 카르다가 그어놓은 금으로 인해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대륙에서 떨어져 나와 표류하게 될 것임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이 기막힌 설정이 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다시 이 현상 - 유럽대륙에서 이베리아반도가 떨어져 나오는 - 을  설명하는 몇 가지 단서들과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믿을 수 없다. 돌이 던져졌다고 해서 대륙이 나뉘었다는 사실, 어떤 스페인 사람은 땅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고 맹세한다는 사실, 발광한 새떼가 포루투갈의 학교 선생을 계속 쫓아다닌다는 사실들은 여전히 개연성이 없는 단순한 초현실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 네명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모든 이름을 가졌지만 아무 이름도 없는 개"가 인도하는 곳으로 이끌려 표류하는 반도를 여행하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각각의 현상들과 반도의 표류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단서는 없어보인다. 단지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희미해진다. 한때는 그렇게 분명하고 확정적이었던 진실과 진실들을 이제는 인식할 수 없다.’는 혼란스런 명제가 던져질 뿐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아니,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사실이 과연 여전히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단 한번의 의심없이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사실들이 어쩌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과 혼돈은 차라리 절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침침한 빛들이 어둠을 그림자로 채운다... 대단히 역설적인 묘사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절망은 인간적인 것이다. 자연사에 동물이 절망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절망과 헤어질 수 없는 인간은 절망과 더불어 사는 데 익숙해져 그것을 극한까지 견디어 낸다."고 했다. 이들의 여행의 끝에 어떤 희망을 발견해 낼 수 있을지 숨죽이고 미세한 떨림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