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유명한 책이라 읽기 시작했다.

유전자의 이기적 특성이 우리의 진화를 결정지었다는 게 한줄 설명.

 

저자의 유전자 정의는 우리가 아는 염색체나 DNA와는 조금 다른 단위이다. 생명체의 성장, 번식, 사멸을 관장하는 초월적 존재로 생명체 한 개체의 생명주기를 넘어선다.

 

저자는 유형의 생명체를 이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는 생존기계로 본다. 그리고 이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생명체는 생존하고 진화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외부세계로부터 유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되었음을 의미한다. 유전자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개체들을 통해 생존하여 전달된다.

 

저자의 개념은 매우 탁월하면서도 새롭다. 그러나 그 주장은 발상의 전환에 있을 뿐 현상의 부정은 아니다. 레밍즈의 집단자살을 이타적이 아니라 이기적이라는 보는 정도.

또한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을 열거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 점에서 어느 정도 불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은 없다. 많은 사람들은 비유를 통해 논의를 진행해 나가는 저자의 글쓰기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의 논의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저자는 다양한 비유를 사용하면서 아전인수적인 견해를 보인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언어, 물리, 심리학 등의 지식을 끌어다 쓰면서도 전문분야가 아니고 논의 범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엄밀함은 배제한다. 그저 비유의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적인 글에서는 좋지 않다. 저자의 논의가 학술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학술적 사실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우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가 우리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므로 이 책이 그토록 찬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

두번째는 지나치게 진화에 몰두해 있다는 점이다.

나는 진화에 대한 논의를 볼때마다 왜 진화하지 않는 개체들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자연선택, 약육강식, 적자생존에 의해 생명이 진화해 왔다면 왜 이렇게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가? 동물이 식물로부터의 진화결과라면 식물은 왜 남아있는가? 물론 이것은 간단한 바보 질문이라는 걸 안다. 그러나 저자의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이론들도 이 부분까지 고려하여 매끄럽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나 자신이 생물학자나 진화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또한 저자의 저서가 학술논문이나 기술서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소흘하지 않기를 바랬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야기 진행방식이나 사실관계를 재조명하고 비유하는 능력은 매우 탁월하므로, 시간을 할애하여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