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나는 '귀가 얇다'. 다시 말해, 어떤 다큐멘터리나 글을 보면 지은이의 의도대로 마음이 잘 이동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강한 주장이 담긴 글을 볼 때 체질적인 거부감이 있다. 어떤 글이 나를 어떻게 흔들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죄책감을 느끼게 할 지, 더이상 무엇은 먹지 못하게 할 지 모르는 무서움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 나의 결계를 뚫고, 이 책은 내 마음에 들어왔다. 한때는 햄버거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먹고 소화 잘안될 때 찾아서 먹고(그러면 소화되고), 햄버거 많이 사먹은 사람에게 주는 사은품도 제일 좋은 걸로 챙기던 난데. 그런 나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이 책이 던졌다. "더이상 모른 척하지 마라!"는 것.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보통 불편한 진실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속칭 '마음만 불편'하기 때문에. 그거 하나하나 다 지키면서 살기도 어려운데, 괜히 그런 거 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이제 세상은 너무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저 나는 무관심하게 내 일상을 할 뿐이었지만 그것이 누군가를(사람이건, 동물이건) 힘들게 하고 때로는 비참한 삶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더이상 나는 몰랐다고 얘기해선 안되고 힘들더라도 알아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그 다음에 각자의 책임감만큼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일게다.

소설을 쓰는 사람답게 딱딱하지 않은 말투, 하지만 군데군데 터져나오는 열정, 여러 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