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수라는 작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이 책은 단편소설집이네요.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니 의미심장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선명한 선이 그려져 있고  두사람은 마주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픈 메세지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람들이 있지만 소통이 단절된 그리고 의미가 없는 그런 모습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 '그녀' 같은 명칭이 있을뿐 이름이 없습니다.

707호, 706호 같은 아파트의 호수로 칭하기도 합니다.

'김' '한' 처럼 성만으로 불리우기도 하지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르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줄때 우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 존재가 되는것입니다.

그러나 이름이 아닌 단지 인칭대명사로만 불리우는 그의 세상에서 의미있는 몸짓이나 인물은 없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작가는 삭막하고 단절되고 불안하며 어두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그려내는 세상속에서는 참다운 인간관계란 존재하지 않는것같은 참담함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 어두운 세상이 과연 우리의 현실인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세상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지만 어둡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빛 또한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이름도 모르는 친구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친구를 감옥에 넣기 위해 접근하는, 경찰의 신분을 속이는 또다른 친구는 또 어떤 의미일까요.

옆 집에 살던 사람이 자살을 하고 그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도 다른 남자의 아내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모든 신경을 그곳에 집중하는 이웃은 정말 이웃인지.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삭막함과 어두움을 보면서 표지에 그려진 두 사람 사이의 선명한 선을 발로 쓱쓱 문질러 지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된 인간관계란 단절이 있더라도 그것을 허물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대감을 쌓아나가는 것이니까요.

비록 그 시작이 작은것이라도 둘의 경계를 지우고 바라보는 눈길에서만이라도 힘을 뺀다면 그 관계는 이미 회복되기 시작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말이라서 그런가요~

따스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