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자마자 저희 아이가 '원숭이 인형책'이라며 책을 끌어안고 난리더군요.

표지그림은 그냥 평면적인 원숭이 그림인데,

책의 오른쪽 부분에 잠금장치(?)가 , 그 부분이 원숭이 팔로 되어져 있더라구요.

원숭이 손가락 아랫부분에 찍찍이가 있어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게 되어있죠.

그래서 원숭이 손을 열면.........

 

 

이렇게 된답니다.

'털북숭이 원숭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털이 복실복실하니까,

아이는 그게 인형의 느낌 같아서 좋았던 모양이예요.

책이 인형처럼 생겼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

고정관념을 깨는 이러한 독특한 발상에 두둑히 점수를 주고 싶었던 부분이랍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요~~~

 

털북숭이 원숭이는 코끼리가 자신을 초대하는 초대장을 받게 됩니다.

금요일 오후 2시에 가장 멋진 옷을 입고 온 친구에게 상을 준다는 내용의 초대장을요.

하지만 원숭이는 엄마에게 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엄마 원숭이가 타일러도 봤지만,

털북숭이 원숭이는 자신의 덥수룩한 털이 그저 그렇다며 그냥 낚시나 하러 간다고 하죠.

그러면서

"'도롱뇽처럼 내 옷이 반짝반짝 빛난다면 상을 탈지도 모를 텐데."

라며 도롱뇽을 부러워합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죠.

" 얘야, 옷이 너무 반짝거리면 물고기들이 겁나서 모두 달아날 거야."

 

 

털북숭이 원숭이는 또다시 초록비단뱀을 부러워합니다.

"초록비단뱀처럼 매끌매끌 비늘 옷이라면 상을 탈지도 모를 텐데."

그러자 엄마가 말씀하시죠.

"얘야, 매끄러워서 껴안기는좋을지 모르지만, 엄마는 부들부들한 네 옷이 좋단다."

그러나 털북숭이 원숭이는 또다시

"난 누가 안아주는 거 싫어요. 차라리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 가시 옷이면 좋겠어요."

라며 투덜거립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죠.

" 얘야, 가시가 돋혀 있다면 엄마가 매일 네 가시를 닦느라 힘들지 않겠니?"

 

 

털북숭이 원숭이는 다시 기린을 부러워합니다.

" 그럼, 조각 그림 맞추기 같은 기린의 얼룩얼룩 옷이면 좋겠어요."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죠.

" 얘야, 얼룩진 네 모습을 보면 목욕 언제 했냐고 모두 놀릴거야."

털북숭이 원숭이는 다시 백조를 부러워합니다.

"백조처럼 하얗고 반들반들 깃털 옷이면 목욕할 필요도 없지 않아요?"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죠.

" 아니란다. 그래도 목욕은 늘 해야만 한단다."

 

 

결국 털북숭이 원숭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코끼리가 초대한 옷잔치에 가게 됩니다.

자신은 상을 타지 못할 거라며 잔뜩 풀이 죽어있는 털북숭이 원숭이....

그 때 코끼리는 나팔을 크게 한 번 분 후,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은 친구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도롱뇽을 시작으로,

반들반들 깃털상에 백조를,

매끌매끌 비늘상에 초록비단뱀을,

뾰족뾰족 가시상에 고슴도치를,

얼룩얼룩 얼룩상에 기린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털이 고불고불 털북숭이상에 털북숭이 원숭이를 호명하고는 상으로 빗을 줍니다.

하지만 원숭이는 집에 잘 모셔두고 한 번도 쓰지 않았죠. ^^

 

 

아이랑 같이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촉감 놀이 그림책이라 페이지 페이지마다 나오는 각양각색의 촉감을 느껴보느라

아이는 아주 재미있게 만져보며 책에 빠져들었죠.

하지만 엄마인 저는 많은 반성을 하면서 봤답니다.

아직 어린 나이의 딸아이라 그렇게 많은 걸 강요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았거든요.

어떤 건 누구보다 좀 잘 했으면...... 어떤 건 누구보다 좀 빨리 했으면.....

첫애다 보니 아무래도 엄마의 욕심이 많이 앞서더라구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털북숭이 원숭이의 엄마와 코끼리가 하는 말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엄마, 아빠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아이의 적성이 있고, 내 아이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는데,

그동안 전 무턱대고 남들과 똑같이 해내길 바라지 않았나 싶은 반성이 참 많이 들었답니다.

다른 아이가 백일도 안 되어서 뒤집기를 하면 우리 아이도 그러길 바라고,

다른 아이가 돌도 안 되어서 걸음마를 하면 우리 아이도 그러길 바라고,

다른 아이가  한글을 일찍 떼면 우리 아이도 그러길 은근히 바랬던 게 사실 제 마음이었거든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나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을텐데도 말이죠.

단순한 한 편의 동화였지만,

엄마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답니다.

우리 아이도 저처럼 이런 생각에 빠지지 않고,

매사에 늘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얼마나 무궁한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 알았으면 좋겠네요.

털북숭이 원숭이 화이팅~~ 우리 딸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