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물건을 잘 못 버렸다. 심지어 학교에서 친구가 준 쪽지조차 버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박물관 견학이나 영화를 보고나면 꼭 생기게 되는 입장권, 영화 티켓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왠지 놔두면 추억이 될 것만 같고, 버렸다가는 나중에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원인모를 불안감(?)에 나의 수첩이나 지갑 어딘가에 꼭 끼워두곤 했었다. 그랬던 나인지라 주부가 되고 나서도 여전했다. 영수증부터 시작해서 생필품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필요없는 생활용품들은 당연히 집안 구석구석에 쟁여두었고 유행지나 못 입는 옷들을 보며 '유행은 돌고 돈댔어. 언젠가는 또 이 스타일이 유행하겠지?'하고 수납박스 구석에 고이고이 모셔두었으니 말이다. 냉장고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사시는 시어머니께서 1주일이 멀다하고 반찬을 해다주시는데 내가 싫어하는 반찬, 손이 잘 안가는 반찬들도 '나중에 먹고 싶어지겠지?', '갑자기 반찬을 차려야 할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에 냉장고 구석구석에 쟁여두어 냉장고는 늘 가득 차 있었고 800L나 되는 그 큰 냉장고 안쪽에는 어떤 반찬이 있는지 모를 때도 많았다. 

      이렇듯 온 집안에 수납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에는 뭐든 넘쳐났다. 결국 수납공간은 모자라고 물건들은 이제 거실로 방으로 하나 둘 갈 곳을 잃고 널브러지기 시작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정리해야지', '청소해야지'라는 생각에 늘 부담감으로 가슴이 답답했고, 아이들 방은 아이들 방대로, 거실은 거실대로, 안방은 안방대로 어느 방 하나 맘에 드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집은 물건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물건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찰나 <미니멀리스트의 집 꾸미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고, '미니멀리스트'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젠 나도 실천에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 '물건을 버려라니?  내돈들여 산 물건들을 어떻게 버려?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어떻게 버려?'라는 생각으로 책 읽는 내내 나는 혼동스러웠다.  그래도 맥시멈리스트였다가 이제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집에 있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과감히 나도 도전하기로 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집이 또 엉망일텐데.......', '언젠 우리집 다 치우지?'라는 생각에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나도 내 집에서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던 때라 실천에 옮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버리려니 뭐부터 버려야 할지, 얼마나 버려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다행히 이 책에는 나처럼 이렇게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버리기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고민 없이 물건을 버리는 두 가지 방법',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정하는 방법', '물건을 리듬감 있게 버리는 방법' 등 버리는 노하우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방법 덕분에 나는 책꽂이에 있던 안 보던 책들을 모아 중고서점에 갖다 팔았고, 아이들이 어릴 때 보던 책들도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팔 수 있었다. 그리고 유행지난 옷, 가방, 신발들도 과감히 의류함에 집어넣었더니 빼곡하던 옷장들에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현관도 늘 신발장 밖으로 나온 신발들로 어수선했는데, 신발장 정리를 했더니 매일 신는 신발만 나와있을 뿐만 아니라 현관청소까지 수시로 하게 되어 집안이 훨씬 깨끗해진 것 같다.

          버리는 방법 외에 수납기술 또한 안내하고 있는데 이또한 요긴하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좋은 생활습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게 참 맘에 든다. 그래서 당장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아직 집안이 완벽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많은 변화가 왔다. 서재, 아이들방, 안방, 옷장이 다 정리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빼곡하게 차서 빈틈이 없던 냉장고가 이제는 텅텅 비워졌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한 건 예전보다 더 건강식으로 식탁을 차리게 되었고, 더 잘 챙겨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니멀리즘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내일부터는 아침마다 화장실 청소를 해볼까 한다. 둘째가 아직 어리다보니 늘 양변기가 지저분해지는데 청소를 좀 미뤘다싶으면 너무 더러워져서 청소하는데도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그런데 아침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 금방 끝날 수 있다고 저자가 경험담을 들려주는 걸 보니 솔깃해진다. 내일부터 당장 도전해봐야겠다.

            몇 년동안이나 해결되지 않는 숙제를 떠안고 혼자서 낑낑거리던 나에게 이 책은 참 많은 팁들을 가르쳐주었다. 그것도 쉽고 간단하여 금방 따라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인 방법들을 말이다. 편안한 집에서 살고 싶으나 그렇게 안되어서 속상하고 힘든 분들에게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들로 가득한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