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다. 벌써 지칠 준비가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지쳐 한다. 왜 그러한가?

 

이 책의 미덕은 부제처럼 교사 탐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10년 전쯤 인터뷰한 내용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 좋다.

 

필자의 친구 박원식 이야기는 '참 내, 허 참, 허' 하게 하였다. 공안 공세 속에서 모두들 작전상 탈퇴하는 시기에 굳이 가입을 하고, 도시에 살고 싶은 아내의 정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북으로 옮겼다. 지나치게 청정한 그를 일반계고는 받아주지 않음으로써 그곳이 청정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철가방 들고 들어가 여러 행위 예술과 시쓰기를 시도하던 그는 인터뷰 얼마 뒤 죽음을 맞는다. 필자의 만사가 눈물 나게 한다.

 

수업의 달인 김명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한대로 정년을 다짐한다. 그러나 담임 전문가&수업 예술가 박춘애는 '기다릴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학교에 지쳐 한다. 하여, '연금만 나오면 학교 그만 두고 싶다'는 푸념하다가 고1 10개월 만에 자퇴한 딸로부터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는 소리를 듣는다. 조향미의 이야기는 눈물 나게 한다. 이미 시로, 함께 근무한 교사의 이야기를 통하여 만나기도 했으나 어떻게 교내 교사책읽기모임을 계속 할 수 있는지. 몸의 건강을 빈다.

 

환생교의 미술교사 임종길 선생의 '작은 연못' 만들기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관리자들을 배려하여 결재 무시하고 아이들과 학교 밖 나들이를 즐기던 체육 교사 이병준은 이제 교수님이 되어 있다. 그가 학위 받을 때 교과모임에서 새겨준 '지성의 힘', '응원이 함성', '공부의 노력', '좋은 선배'란 문구는 부럽기 만하다.

 

멈추지 않는 사랑의 노예 안준철 선생은 내 2학기 수업의 모델이다. 그래 사랑으로 다가가자. 헤픈 사랑으로. 그는 지금 여전히 연애질을 한다. 학생이건, 본 되는 선생이건 가리지 않는다.

 

여태전은 교장 선생님이 되어 훈계하고 있으며, 김홍규의 수학 시간은 재미있을 법하나 [수학동아] 연재 등은 그렇다. 청소년 노동인권을 중시하는 임동헌, 내게는 '안면도, 산길프로젝트'로 기억되는 김인규-그는 원하던 애니메이션고에 가지 못하였다.-, 학급일기에 욕이나 험담이 많아 그만 두기도 하였다는 홍은영 등 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내게 새 힘을 준다. 힘을 낼지어다.

 

이계삼은 그의 글들이 그를 그 길로 갈 수밖에 없게 하였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결국 뱉었던 말들로 인해 그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되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전국 각지 상황이 발생한 곳마다 발품을 팔았던 이계삼이 '교육 불가능 시대'를 선언하며 농촌 농업에 기반한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올바른 먹거리만이 아니라, 식량 자체가 절실해질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 들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 버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힘들지만 버텨야지.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결국은 강하다는 것.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쩝. 이계삼! 교육공동체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