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

다이앤 래비치 / 윤재원, 지식의 날개, 2011.

저자는 제인 제이콥스의 책에 바치는 오마주(존경, 존중)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의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인 제이콥스의 책 번역본 제목을 찾아보니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이라 해야 할까? [위대한 미국 학교 시스템의 죽음과 삶] 정도가 될 것이다. 위대한 미국의 현재 학교 교육 시스템은 죽음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투성이이다. 이러한 내용이 책의 90%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빛과 그림자라고 제목을 정한 것은 일반적인 표현이지만, 정확한 것은 못 된다.

내가 이 책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번역서의 이런 사소한 제목 달기에 딴지 걸 요량은 아니었다. 번역자가 정한 [미국의 공교육 개혁, 그 빛과 그림자], 미국의 공교육이라는 말 자체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교육 개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우리와 비교해서는 어떠한가?

필자는 2002년 통과된 연방법 ‘학업낙오자방지법’은, 2014년까지 100% 학생이 수학과 영어(읽기)에서 ‘능숙’ 수준을 달성해야 하는데, 사실상 모든 학생이 통과 할 수밖에 없는 시험을 만들고, 그에 따라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셈이라고 하였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이래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 새로이 등장한 학교교육 개혁의 주요 특징은 책무성 강화, 결정적 잣대로 작용하는 차터스쿨, 사립화, 규제 완화, 교사성과급제도, 학교 간의 경쟁으로 요약한다.

필자는 1983년 <위기에 처한 나라>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급진적 학교 개혁에 대응해 발표된 보고서로, 미국 교육의 근본 문제가 오로지 초중학교에서 초래된 문제는 무시한 채 미국 고등학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한계는 있으나, 졸업 요건 강화, 교과과정 표준성취기준 마련, 수업과 숙제 시간 연장, 교원자격기준 강화, 교원 연봉 인상 등을 권고한 매우 적절한 제안이라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이 보고서는 모든 청소년들이 배워야 할 교과과정의 질과 범위에 대해 우려하였지만, 학업낙오자방지법은 기본적 학습기술에만 치중하여 읽기와 수리 능력에서 시험 점수를 올리는 것 외에는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역사, 과학, 문학, 지리, 예술 등의 지식 습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필자는 1987년부터 1998년까지 뉴욕 제2학교구가 높은 학업 성취가 알바로도 교육감의 ‘균형잡힌 읽기’와 ‘구성주의적 수학’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인구학적, 경제적 변화가 성적 향상에 기여하였다는 점이 컸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1998년에서 2005년까지 샌디에고에서는 뉴욕 제2학교구를 모델로 전 연방 검찰관 앨런 버신을 교육감으로, 알바라도를 교육장을 한 ‘교육 개혁’이 추진되었고, 주요 재단들은 이들이 책임자라는 전제하에 지원하였다. 그 결과 어느 교사의 고백처럼 학교와 교사들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 분노와 반감으로 스트레스 관련 질병인 ‘버신병’에 걸려 고등학교에서 언어와 수학을 날마다 다섯 시간씩 배정하는 재앙을 가져왔고, 이것은 모든 선택 과목과 기타 학습 과정을 배제하는 게 되는 셈이었고 하면서 교사가 전문가로 취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을까 라며 반문한다.

2001년 가을, 미디어 거물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교육에 비즈니스 모델은 관리 체제 개혁, 인센티브, 교사성과급제도, 학업성취도 검사, 책무성 강화 등을 통해 교육제도를 변혁시키겠다고 선언했으나 공공과 학부모를 배제하고, 교육자를 무시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한다. 2002년의 1,100페이지에 이르는 학업낙오방지법은 2014년까지 단 1명의 학생도 낙오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내용인데, 성적이 낮은 학생을 내쫓고 분산시켜 마치 존재하지 않는 양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전략 분이라고 비판하면서 아이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고, 교육자에게 수치심을 안겨 주고, 학교를 폐쇄하는 전략으로는 좋은 교육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학교 선택제는 이해 집단의 기득권이 약해지고, 경쟁의 긍정적 힘을 불러일으키며, 학업성취도 수준이 우수해질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주 정부에 신청서만 제출하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차터(인가서) 스쿨은 학습 동기가 높은 학생들의 천국이 되었고, 일반 공립학교는 추락의 궤도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하고 있고 한다.

시험을 기반으로 한 책무성은 측정상의 오류, 통계적 오류, 무작위 변수, 여러 환경적 요인이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로지 시험 성적만으로 교육자를 해고하고 보너스를 주며 학교를 폐쇄한다면 공교육의 목적을 전면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모든 연봉체계를 떠올려도 필자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었던 래틀리프 선생님의 훌륭함(학생에게 영감을 불어 넣고, 학생의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기본적 학습 부문에서 점수를 올려주는 교사만이 높은 보상과 연봉을 받는 오늘날, 학생들에게 역사, 과학, 예술, 문학, 외국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일깨워 주는 교사들이 존경 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반문한다.

게이츠, 브로드 월튼가 재단은 교육 개혁의 분명한 목표에 따라 투자를 하는 벤처 자선사업가로 경쟁, 선택, 규제 완화, 인센티브 등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공교육의 정책 의제 설정 권한을 가장 부자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재단에 양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빌 게이츠 또한 기본 학습기술을 평가하는 표준화된 시험에만 치중하는 학교가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창의적 사고력을 높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미국 공교육의 그림자는 오늘 현재, 한국 공교육의 그림자이다. 2011년 학생 부담을 줄인다고 강요되고 있는 집중 이수제, 국영수 위주의 교과 편성, 자율형 사립학교, 일제고사, 교원성과급, 한국 학교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