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내가 참가한 문화 축제'라 제목을 쓰고 10분간 글쓰기를 시켰다. 아이들은 뭘 써야 해요, 생일잔치 적어도 돼요, 체육대회 적어도 돼요 하면서 계속 떠든다. 앞에 있는 한 녀석을 보니 아예 제목을 적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와, 한 뒤 엎드려 뻗혀 한 상태에서 한 대 때렸다. 오타였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휘두른 매인데 오타이다.

 

녀석은 제목도 적고 약령시에 대해 적기 시작하였는데 공책이 앞으로 넘어가 있어 내가 오해한 것이다.

 

들어가서 글을 쓰게 하였다. 10여 분이 흐른 뒤 가장 먼저 발표시켰다.  아이가 발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령시 축제에 참가해서 엄마랑 누나랑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생각보다 지루했다. 엄마한테 어묵을 사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돈 없다고 했다. 엄마가 기다리라고 하고 사진만 찍고 걸어만 다니고 택시도 안 타서 발이 아팠다. 게임하고 싶고 돈까스도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안 사줬다."

 

여러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필기를 하는데 이 녀석은 평소와 달리 엉망으로 적는다. 학급 전체에게 공개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엉망이다. 말을 할수록 녀석은 더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 수업을 마친 뒤 한 번 더 용서를 구했으나 괜찮아요, 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주먹을 꼭 써야 할 일은 없다. 잘 안 된다. 시범타 보이려다 오타 날린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