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다녀 온 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모옌 원작인 영화 '붉은 수수밭' 비디오를 꺼내 시청하였다.

"오늘 영화 한 판 댕기자." 하니

아이들이 "어디 하는데?",

"뭔데?" 한다.

아내도 불을 끄고 소파에 앉는다.

노벨상 만화 즐겨 보는 막내와 주말이면 게임 중독인 큰 놈, 영화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칙칙한 영화를 본다. '연소자관람불가'여서 은근히 기대되는 장면도 있었는데, 없다. 지루하다. 자막이어서 따라 읽기도 불편하다. 작은 놈은 금방 지루해 하며, 의자 두 개에 누워서 나름 장난질을 한다. 작은 놈이 게임을 하는데 총으로 표적을 쏘는 거다. 큰 놈도 몸을 비튼다. 켜놓은 게임에 눈이 여러 차례 간다. 게임을 시작한다. 뭐 하는 거냐며 야단친다. 어쨌든 겨우 다 보았다. 나와 아내는 최선을 다해 보았고, 큰 놈은 억지로 보았으며, 작은 놈은 대충 보았다. 두 놈은 이야기의 전개 과정을 알지 못한다. 한 번 더 봐야 할 게다.

원작을 압축해 놓은 영화이다. 인터넷 서점 통해 '홍까오량'을 쳐 내용을 검색한다. 대충 훎은 뒤 도대체 하루 종일 뭐 했냐며 큼 놈을 다그치며 읽게 했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짧게 대답했다.

녀석 하룻동안 오전에는 내 대신 동생과 보드게임 프로그램 갔다가 피자 시켜 먹고 TV 보다가 게임하다가 '작가연습 365일' 읽으라며 건네주니 침대에 가서 5분 정도 보더니 곯아 떨어졌다. 3시쯤 자서 7시쯤 일어난 모양이다. 그리곤 잠시 저녁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게임. 그러다가 강제 영화 시청.

지금은 일요일 아침 8시 50분 계속해서 자고 있다. 열 받아서 밤에 바로 잔 듯한데. 깨워야 하나.

매일 가족과 함께 하는 1시간은 불가능이다. 서로 힘들다. 제목은 좋으나 실천은 어렵다.

그가 이전에 쓴 '토요일 4시간'처럼 말이다.

아이디어 수집 차원에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 꼼꼼히 읽을 책은 아니다.

그의 말처럼,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 가족을, 구성원 개개인이 보유한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성공적인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한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시간(Hour)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그냥 시간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시간, 즉 fH(family Hour)였다."(p.111)

우리 가족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나 따로 이다. 아이들은 게임이다. 일찍 일어난 작은 놈은 내가 컴퓨터를 차지하고 있으니 휴대폰 게임이다. 큰 놈은 계속 잔다. 아내는 아침 준비를 할 모양이다.

매일 '가족과 1시간'. 뭘 하지?

억지로 하려다가 탈내지 말고, 작은 이벤트를 가끔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다음 주는 감 따러 간다. 그러면 된다. 나는 나의 두 아들을 케네디나 전혜성 집안 자녀처럼 그렇게 '크게' '만들고' 싶진 않다. 그냥 부모 사랑 받으며 성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