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나는 새 책 같은 헌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자주 헌 책방을 찾곤하였다. 특정한 책을 구하기 위하여 찾았다가 원하지도 않던 책을 발견하여 책장을 넘기곤 하였다. 충동구매하여 후회한 적도 많다. 관에서 비매품이나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두꺼운 책은 일반 서점을 통해서는 구입할 수 없다. 몇 권의 책을 고르고 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내리치기를 하다가 적정선에서 몇 권 더 얹어 사곤 한다. 그러나 그 책들은 그 때뿐인 경우가 많고, 집은 이러한 책들로 비좁다.

 

참내, 전유성과 책 이야기가 재미있다. 10,000원, 소개비와 수고비, 결혼 전날 신혼선물로 준 책 보따리.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남 주기가 아깝다. 요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아이들에게 읽히곤 한다. 아이들이 죽으려고 한다. 글까지 쓰라고 하니. 대책이 필요하다.

 

가난한 이병진은 헌책방의 한쪽 모퉁이에서 찾아 읽곤 하였다. 그의 절친 개그맨 백재현 아버지가 동대문에서 헌책방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읽었던 곳은 그곳만은 아니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세 번째 영화 묘도야화, 아서 밀러 <시련>의 92세 노인 프랜시스 너어스역 연기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 가는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를 들었다. 우리 집 별밤은 이문세가 아니었다. 지금도 이문세를 따라다니는 50대 여인을 알고 있다. 친구는 이미숙의 인기가요을 즐겨 들었다고 한다. 그 시절은 늘 그리운 것이다. 그 시절스러운 것이 남아 있으면 정겨운 것이다. 불도저로 밀지 말고 콘크리트로 떡칠하지 말고 그 시절의 장터, 장옥을 만날 때 내 마음은 따스해 온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족과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끔찍이도 위하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인기 없는 연예인이니까 가능하다는 어느 북피니언의 말이 다가온다. 그래,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인기가 있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기 보다가는 '나는 가수다' 첫 회분 출연자들을 앵글에 담아 크게 인화하여 선물하는 여유는 그의 느림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진, 큰 기술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시장의 할머니들을 그냥 그렇게 찍을 수 있을까? 은근슬쩍 찍을 때도 있지만 미안한 마음에 작은 사진기를 감추어 버린다. 결국 사진에는 사람이 빠진 풍경만 들어앉게 되고, 그럼 사진은 죽은 게 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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