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을 쌓아야 한다. 입학 사정관제에 대비하여 목표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어느 대학 무슨 학과에 갈지 미리 결정해서 그 대학, 그 학과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을 맞춤형으로 준비하여야 후회 없게 된다.

 

나는 목표가 없다. 적성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말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위축된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잘 어울리고.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그래서 요즘 너무 힘들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000개의 입학전형 요소 가운데 ‘농산어촌 특별전형’ 하나는 준비되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였는데, 이제는 이것마저도 쓰임새가 없어질 지경이다. 내신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문과를 원하는데 나는 아이에게 이과를 강요하였다. 아이는 작가나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데 나는 과학기술자나 아예 대학 가지 말고 공무원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아이는 꿈을 이야기하고 나는 현실을 강요하고 있다.

 

이 책 ‘내일의 나를 부탁해’처럼 진로 교육을 제대로 하면 과연 ‘1등에서 꼴찌까지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주변 학교와의 경쟁에서 밀린 약진재단은 김영진 이사장의 전폭적 지원과 한신풍 실장의 헌신적인 진로교육의 결과 ‘활력이 넘치는 학교, 다양한 인재들이 꿈을 키우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물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만 구성하고 그 외의 많은 학생들은 고작 들러리나 하게 하는 입시반’과의 공개경쟁에서 승리한 결과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스타 다혜, 그로벌컬처리스트 진수, 미드 필더 겸 섀도 스트라이커 고정혁, 금융전문가 동재, 그리고 프로듀서 진영 들은 처음 진로교육 프로젝트에 참가한 아이들의 10년 뒤 모습이다.

 

과연 희망처럼 그렇게 될까? 초 중등학교 때 체육 특기자로 활동하거나, 음악 등에 재능이 있어서 나름 여러 대회에 나가곤 하던 이들이 모두 경쟁을 뚫고 그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인생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로봇이나 그런 게 아니라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하여, 아이들에게 맞춤형으로 무엇으로 만들어 가려고 ‘도와준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아이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지금 현재 대학마다 쏟아내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또한 아이들에게 짐을 보태는 게 아닌가 한다. 교과교육과 진로교육 등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들이 좀 더 단순해지고 차분해지며 축소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하려 하지 말고 아이들의 선택을 높여주어야 한다. 그 선택이 교과 위주의 방과후 수업이나 학원이어서는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성세대의 후속세대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프로그램들이, 늘 강제하고 억압하는 건 아닌지 고민할 일이다. 언제 분노하고 폭발할지 모르는 아이들, 이들이 두렵다.

프로그래밍, 방과후수업, 학원, 진로교육, 맞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