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과 남경태의 대화가 [덤벼라, 인생]으로 나왔다. 이들은 사랑, 죽음, 공부, 정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 동의하고 맞장구를 치며 자신의 생각을 이어간다. 빈 공백을 다른 이의 말을 끌어와 채운다. 하긴, 우리가 하는 말이 누군가가 이미 한 말일 터이고 단지 출전을 밝히지 않을 뿐이겠지만.

 

저작권 문제, 논문 표절 등의 문제들도 있고, 자신의 말이면서도 다른 이가 한 말임을 밝힌다. 전에는 이러한 글쓰기가 건방짐으로 여겨졌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선, 홍준표 대표의 퇴진을 예측하며 박근혜의 조기 등판을 예언했던, 그리고 오늘 한국일보 여론 조사에서는 여권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는 고성국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민주화 운동 시절 비명횡사한 이들도 있는데 이런 상황을 못 버티겠느냐는 심정(60쪽)을 이야기한다. 지금 밖에 누가 거름 슬 요량인지 분뇨를 밭에 붓는 모양이다. 이것도 버텨야지.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죽으려고 제주 갔던 노숙자 부부가 아름다운 자연에 빠져 살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인육과 음식으로 포로를 데리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끔찍하다. 죽음을 생각하고 자기를 돌아볼 때 우리의 삶은 풍부해지리라.

 

'곱브리치의 미술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괜히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다. [건축학개론] 이후 건국가가 되려는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기겁을 하겠지만.

 

공부에 대해서 뭐라도 좋으니 좀 다르게 살란다. 모두 공부만 강요하는 사회에 말이다.

"역사상 어떤 권력자도,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같이 고생한 사람들한테 벼슬이나 권력을 나눠줄 때 정의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거 같아."(157쪽)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이야기이다. 혹시 노무현 정부에서는 덜 하지 않았던가?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한 선배들이 하지 못한 것, 세상과 직면하고 자기를 성찰하는 것,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204쪽)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이다. 뭇매를 던지는 것만이 능사임은 분명하지만, 한 발 물러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았나, 한다. 분명 위기이다. 사회 정의와 세상의 진보에 대한 희망이.

 

압권은 크리스마스 씰 강매 이야기이다. 아직도 진행형이고, 담임교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잡무 중의 하나이다. 너는 교사 아들이니까, 너는 지각했으니까, 너는 잘 생겼으니까, 말도 안 되는 괘변을 통해 할당량을 채운다. 이것만이 아니다. 학교를 파고드는 여러 단체들. 아예 내 주머니를 털어가라. 내가 후원하는 단체마저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그 짓을 하니 후원을 끊을까 보다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나는 고성국 같은 학생을 만나며 욕하면서 대견해 하고 나중에 등 두드려 준다. 나는 무원칙한 교사이다.

 

남경태는 늘 부러운 인물이다. 그 많은 책들. 그리고 요긴한 책들. 사회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역사 관련 책들을 쏟아내어 다 챙겨 읽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다.

 

성비가 적당한 직장, 남녀공학 분위기가 더 좋단다. 나는 20년 가까이 남학교에만 있다. 요즘 우리 시교육청은 단성학교로 유턴하려는 의도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교육 보다는 건물과 내부 수리 치중하는 모습이다. 망치와 낫,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남경태는 죽음에 대하여 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은 단지 내가 대학 가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과 함께였다니.

 

"지금도 어디선가 즐겁게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을 성숙한 개인들에게 희망을 걸어보자고."(234쪽) 하면서 둘의 대화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