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넘겼다. 그런데 이 책을 나는 아이들에게 권하지를 못한다. 왜일까? 내가 그리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 교직에 나왔을 때의 첫 마음을 잃어버렸고,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학급을 운영하다가도 주변의 핀잔과 압력에 원칙을 무너뜨리곤 하던 지난 기억들.

올해 들어 부적 아이들과 가가와지고 좀 더 제대로 된 수업을 하려고 노력할수록 잡담이나 해대고 엉뚱한 페이지나 펴놓고, 운동장이나 보거나, 지우개탄, 종이탄을 던지고. 더 이상 견딤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수업권과 선생님의 건강을 위하여 선생님의 매질을 허용합니다.”를 다라 복창하게 한다. 수업 시작 5분 내에 한 대 강하게 때리고 시작하면 이 시간은 조용한 것이 수업이 되는 듯하다.

“괜찮아” 하지 않는다. 내가 불편하다. 수업이라는 게, 아이들의 태도가. 아이들이 제대로 수업에 참여할 때 수업이 될 터인데, 강병철 선생은 어찌 그리 견디는고.

최은숙의 자기고백, “선생으로서 뭔가를 하는 수업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수업을 더 즐거워하다니 선생의 존재는 작아질수록,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좁을수록 더 좋은 것 아닌가 싶네요.”(53쪽) 나는 뭔가를 가르치려고 협박하며 다그친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남는 게 뭐 있는가?

요즘 담임은 학교에서 늘 바쁘다. 각종 설문 조사와 통계, 그리고 도난, 사소한 다툼, 유리창 파손. 상담, 책 읽히기, 글 쓰게 하기. 강제하는 것이 너무 많다. 언제가지 뭐 가져와라. 가정통신문 홍수.

여유 갖고 차분히 그렇게 의연한 교사로 살 수 없을까? 이 책 훑으며 생각한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 생각 많은 교사는 고단하다.

첫우벙, 여유,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