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두진의 책을 집중적으로 찾아 읽고 있다. 밥하고 바느질하기보다는 글 읽고 시 쓰기를 좋아하던 재주 지나친 여인의 이야기이다. 지금 세상에야 별일 아니지만, 여성이 남성들만의 공간인 시회에 참가하여 재주를 뽐내고, 그때 지은 시가 최고의 평가를 받고. 하여, 장소를 옮겨 다니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이름이 뭇남성의 입에 오르내릴 때, 정인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양자 들어 일찍 죽은 두 아버지로 인해 두 어머니를 모시며 효자 노릇하고, 조정에서는 입바른 소리를 해야 했던 이가 정인이었다. 그 정인은 지방관으로 내려 갈 때 끝내 이 여인을 데리고 내려간다. 여인의 시는 여러 번 담장을 넘어 저자거리에 돌아다닌다.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던 정인과 자신의 재주를 어쩌지 못하는 여류 시인의 이야기를 긴 이야기로 풀어 놓았다.

 

 

여인의 시가 내겐 정감있게 다가 오지도 않고, 대단한 시로 여겨지지도 않는데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시를 읽힌 모양이다.

 

 

새삼 허난설헌이 떠오르고 부록쯤으로 여겨지는 옥봉의 시를 찾아읽어보고 싶어진다.

 

검색해보니 이미, 은미희가 시와 사랑을 위해 온몸 불사른 여인 ‘나비야 나비야’로 소설화하였고, 조두진과 더불어 하응백은 ‘이옥봉의 몽혼’을 썼다고 한다. 이 두 책도 더불어 읽고 싶어진다.

 

 

급제동기들간의 모임, 잘 나가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조강포구, 뚝섬과 밤섬, 지방 관아의 삶, 집안 할애비 현감과 포교 등을 잘 버무려 큰 도움이 되었다.

 

읽으며 불편했던 것은 급제 동기에 김굉필이 나와 허참 기발한 작명인 지고, 하다가도, 조식 문하인데 나중에 서인이 되는 문제, 성주목사를 성주부사로 쓴 부분은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또한 영의정이라. 소설이라는 허구를 실제로 인식하는 오류임이라.

 

 

“한양으로 올라온 후 눈치를 살펴 두 모친께 내 마음을 말씀드렸네.” 135

	사시장철 그렇게 눈물 젖어 그리워할 바에야 시를 버리는 게 낫지 않겠소. 도무지 시를 버릴 수 없다면 차라리……”
페이지 : 147

 

 

“떠나시오! 강으로 뛰어들든 산으로 숨어들든 떠나시오! 다시 한양에 나타나면 그때는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255

 

 

책을 다 읽고 몽혼이 어디쯤에 나오나 하여 찾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게 이 책의 제목 되었을 터인데.

 

 

 

	근래안부문여하 近來安否問如何    요사이 우리 님은 어찌 지낼꼬 월도사창첩한다 月到紗窓妾恨多    달 밝은 창가에서 님 생각 한이 많아 약사몽혼행유적 若使夢魂行有跡    님 그려 오가는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전석로반성사 門前石路半成沙    님의 집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을
페이지 : 241-242

 

 

 

작가는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오토바이’와 더불어 일상인의 ‘책임’과 시인의 ‘욕망’ 사이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분들께 드리는 소설,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