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나는 아침 일찍 대구 현풍에서 출발하여 상주 본가에서 어른들 모시고 영천에 있는 한의원을 들렀다. 다시 상주 본가에서 점심을 먹고 상주 시내에 들러 TV 한 대 사 드리고 대구 시내에서 아이들 옷 좀 사고 현풍 도착하니 총 거리가 500KM 이상 도로 위를 달린 것이다. 어른들께서 아프니 당신들 원하는 곳까지 모시고 다녀온 거리지만, 너무하다. 피곤하다. 아이들이 함께 보자던 TV 드라마 구미호가 시작되기 1시간 전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왜 이렇게 사는 거지.

가까운 곳도 짐을 핑계 삼아 자동차에 몸을 싣는다. 마을 가게에서는 살 만한 물건이 없어 쇼핑을 위해 더 먼 곳을 찾아간다.

교육방송 강사의 군 발언이 문제가 되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모양이다. 남자들 군에서 사람 죽이는 거 배워 온다는 얘기였던 모양이다. 더 길게 이야기하면 나도 다치니까 입 다물자. 그런데, 필자는 국가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는 이유는 자동차로 벌어들일 자본으로 무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92쪽)이라고 한다.

‘중앙 권력과 중앙집권적인 도로망이 해체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적 다양성이 발전했다’(98쪽)는 필자의 견해에 공감하는 바이다. 고속도로망을 확대하면 할수록 지역 경제는 죽는다. 나는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어는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지 의심한다. 서울내기들은 대형 유통센터에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챙겨서 지방의 이름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곳에서 자기들이 사들고 온 값싼 먹거리를 먹고는 쓰레기는 아무 곳에나 버린다. 문경 새재 식당에 들렀더니만 이 사람들 이름난 음식만 시켜놓고는 술 등은 서울에서 실어온 것을 먹고 빈병은 그 식당에 놓고 가버리네. 식당 주인 혀를 차더구만. 자동차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은 얼마를 아꼈니, 여기 비싸니 어쩌니 하겠지. 확 뚫린 고속도로망은 서울로 사람과 물건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국민총생산량 증가에 대한 필자의 역설은 통계의 마법에 홀려 꼼짝 못하는 나 같은 불평불만자에게 제대로 된 논리를 개발해 준다. 이런 거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 소음과 배기가스의 주범인 자동차 전용도로를 늘리는 데 사용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늘리는 것은 국가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익이 된다. 암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비쌀수록 국민총생산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음도가 높을수록 소음 방지창의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고,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면 에어컨도 그만큼 많이 팔려 나갈 것이다. 게다가 배기가스와 미세 먼지에 의한 오염이 심할수록 세제가 많이 판매될 것이다. 자동차 교통 때문에 발생한 피해로 국민총생산량이 증가하면 정치가들은 경제가 성장했다고 반긴다. 국민이 고통받을수록 기업은 성장하고 국가 권력이 강화된다. 배기가스의 직접 공격을 받는 것은 인간의 폐이다’(125쪽)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의 게임 중독도 자동차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한참 뛰어놀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가 사라졌다’(223쪽)고 한다.

자동차는 지역공동체를 파괴시킨다. ‘과거의 공공장소는 여가, 일, 사회적 관계 형성, 물건 구매, 이 4가지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장소에는 자동차만이 존재할 뿐이다. (중략) 자동차 교통의 발달로 통근족이 늘어났다. 그러나 직장이 멀리 덜어져 있어 자동차로 통근할 수밖에 없는 가족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가족 간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익명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어렵다.’(224-225쪽)

필자는 단호하게 결론짓는다. ‘자동차 바이러스를 퇴치하려면 바이러스가 기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나 매일 가는 상점까지 가는 길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자동차를 주차시켜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에 빼앗긴 공공장소를 인간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에 빼앗긴 공공장소를 인간에게 돌려  주어야 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인간의 두뇌가 자동차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잇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터득한, 자동차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정책 입안자와 도시계획자가 필요하다.’(268쪽)

필자에게 불만이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을 찬양한다. 그가 보기에도 이 시장의 도심 재개발 성공이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필자 스스로도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한다.

자전거를 사야겠다. 귀찮지만 버스를 타야겠다. 아, 아내가 얘기할 것이다. 지키지도 않을 다짐 그만 하라고. 그렇다. 일단 자전거부터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