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스릴러는 빼고 러브코미디 장르입니다.

 

 필자는 이것을 주문함에 있어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리스크에 대한 내용은 생략) 그렇기에 자연히 이 책에 요구하는 기준치는 높아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실망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BL을 좋아하는 소녀 킬러가 본부를 폭파시키고 한국의 잠적한 BL 작가를 찾아내서 다시 만화를 그리도록 협박(?)하는 내용입니다. 소재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데다가 광고의 반응도 상당히 뜨거웠던 작품인데요, 실제로 그 정도로 열광할 만한 요소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확답하기가 힘드네요.

 너무 커다란 사건 없이 흘러간 것이 무난하다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단조로워서 지루하다는 느낌 역시 줬거든요.

 소재가 소재인 만큼 자극적인 요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으면 좋았을텐데, 만약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본 작가의 역량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매력적인 메인히로인.

 하지만,

 일단 메인히로인에 현실성이 터무니 없이 부족합니다.

 소설에 현실성을 요구하는 필자의 발언에는 상당한 모순이 있겠지만, 적어도 독자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이 정도 인식은 부여해줘야 하는 것이 소설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에 몰입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책은, 메인히로인 초등학생 체구를 가진 안젤리나 클라인이 초장부터 100명 가까이 되는 전문 킬러들을 '사살'이 아니라 '제압'이라는 방법으로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소립니다. 

 혹시 '건슬링거 걸'을 보신 분이 있으려나.

 거기서는 소생이 거의 불가능한 소녀들에게 기계몸을 주어 일명 '의체'로 만듭니다.

 그리고 전투에 투입하죠.

 그녀들은 일반인들이 전혀 따라가지 못할 엄청난 전투능력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당연히 '의체'로서 여러가지 제약이나 리스크도 지고서 하루살이같이 처절한 일생을 살아가지요.

 독자는 '의체'라는 설정으로 인해 소녀들의 무력을 어찌되든 납득합니다.

 그렇기에 본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녀 킬러는 XX를 좋아해'에서는 초등학생 체구를 가진 안젤리나 클라인의 무력을 7년간의 스승과의 혹독한 훈련으로 일축시킵니다. (도대체 뭘 한거니? - 20년 복무한 군인은 혼자서 국가 하나 점령할 기세네) 그럼에도 몸은 인형같이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나로서는 그것이 어떻게 해서도  전혀 납득가지 않았습니다. (흉터를 입히라는 소리는 아니고요) 

 

 하지만 이런 이유 뿐만으로 히로인의 무력에 대한 합당성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어린 나이로서 그 정도 무력을 가지게 되고 그럼으로써 당연히 져야 할 리스크가 히로인의 약점이 되고 그걸 주인공이 보듬어 주는 씬이 나올 수가 없어요! 제기랄!  

 마냥 러브코미디 장르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서 쓴웃음으로 넘어갈 만한 게 아니라는 소리죠.

 덧붙이자면 양아치 검도에 다리불구 되는 씬은 더더욱 납득이 힘들구요. (강함의 척도가 작가 안에서 제대로 정립되있지가 않더군요)  

 

 이왕 히로인 안제리나 클라인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녀를 좀 더 설명하자면, 이 글이 시드노벨 입선작이 된 이유는 온전히 그녀 덕분입니다.

 히로인 중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하면 그녀 밖에 보이지 않아요.

 한국 말을 조금씩 틀려서 그 부분을 주인공이 딴죽을 거는 대화는 빵- 터지지는 않습니다만 흥미로워요.

 일러스트도 그렇고 다른 독자 분들도 안젤리나 만큼은 호평을 많이 하더군요.

 캐릭터 소설인 라이트 노벨에서 메인히로인 흥하면 그걸로 다 지 뭐 또 필요하겠습니까─

 

 ─라고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메인히로인을 제외한 캐릭터가 제 판단으론 모조리 망했습니다.

 만약 제가 책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면 전 가장 먼저 소꿉친구 유지은을 사살합니다.

 일단 안경을 썼습니다. (엉? ─ 솔직히 안경은 취향이 마니아적이지 않은가요?) 

 시시때때로 주인공을 방해합니다. 

 본인이 그것을 자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백번 천번 만번 죽일 이유입니다.

 툭하면 울음을 터뜨리는데, 너무너무 작위적인 냄새를 풍깁니다.

 유지은이 나오는 장면마다 필자는 혈압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며 심호흡을 해야했습니다.

 (과장이지만, 솔직히 읽기 힘들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맘에 안들고 작위적인 캐릭터들이 수두룩하게 나오지만 (주인공의 누나 포함) 어차피 비중도 낮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주인공 누나가 주인공 때려서 움직이게 하는 거 빼면 다 조연급도 안되더군요. 양호 선생은 이건 뭐 반전이랄 반전도 못 되고요.  

 

 캐릭터에대해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했으니까, 다른 이야기 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블루시드님은 캐릭터의 감정을 묘사할 때 모든 묘사를 직접적으로 (ex : 그는 분노했다, 그는 절망했다) 하시던데 제발 그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캐릭터의 행동만으로도 독자에게 전해질 수 있는게 있는데,

 간접적 묘사라고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묘사를 '말해주기' 기법,

 간접묘사를 '보여주기' 기법,

 이라고도 하죠. 

 거의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다보니까, 그 영향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전달이 너무 유치찬란한 문장으로 된게 흠이다. 물론 이것 만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제 능력으론 이 정도 지적 밖에는 할 수 없겠네요.

 

 '문체' 역시 이게 한국사람이 쓴 건지 일본 라이트노벨을 읽고 있는건지 분간이 가지 않던데, 솔직히 이런 점은 라이트노벨 독자 중 5%이내의 조금 민감하신 분들 아니면 그냥 넘어갈 법한 일이니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플롯'면에서는 시드노벨의 성향을 새삼 재인식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캐릭터가 왕인 캐릭터 소설. 모든 이야기가 안젤리나 클라인을 보여주기 위해서 돌아가고 사실 그것이 바람직한 이야깁니다.

 다시 언급하는데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고, 조금만 감안해서 읽으면 많이 엉성하지도 않았고, 과거 드립 잠깐 하는 부분 빼고는 무난했다고 해야할까요.

 빵─ 웃음이 터지는 개그는 없었습니다만, 그 무난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책입니다. 

 

 안젤리나 클라인 하나만 보고 사보겠다 하는 분들은 사봐도 나쁘진 않겠네요.

  

 BL물 좋아하는 소녀가 주인공에게 BL을 강요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웠는데 ㅠㅠ

 작가분이 상당히 노력하는 분이시던데,

 다음작은 어떻게 좀 더 괜찮게 나올지 기대해보긴 하겠습니다.

 (일단 사보겠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