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중고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했었지만, 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영어와 관련된 직업을 가졌음에도 남들보다 더 수월하게 영어 교육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 하며 헤매온지 어느덧 8년째다.  내가 글로 배웠던 영어와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역시나 글로 가르치는 반쪽 영어는 요즘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거니와, 유아영어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교수방식도 많이 달라서  어린이 영어 교육에 대한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유아 영어 강사 과정도 수강하고, 영어 교육과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읽어보는 편이다.  그중 어떤 책들은 시간만 아깝게 괜히 읽었다...싶은 책들도 많았고, 아주 일부만이 아이의 영어 교육의 큰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뿐이었다.  그 도움 받은 일부의 책들을 중심으로, 영어를 학습시키기 보다는 습득시키려고 환경을 만들어주며 꾸준히 나아가고는 있는데, 그래도 남들 다 보내는 영어 학원 하나 보내지 않으면서 어쩐지 불안한 마음은 떨쳐 버릴 수가 없어서 오늘도 영어 교육지침서를 읽어나간다.


  이번에 읽은 ’엄마는 1등 영어 요리사’는 대략적인 윤곽은 여느 영어 교육지침서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모국어가 우선이라든가, 아이 스스로 동기를 갖고 공부하게 하기, 옆집 엄마들 말에 휘둘리지 않기, 좋지 않은 엄마 발음도 괜찮다든가, 책 읽기의 중요성, 수다쟁이 엄마 되기 등등....  각종 영어 교육 지침서에서 많이 들어왔던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는 아주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보자면 새겨 들을 내용이 많다.  저자의 환경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미국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지라 아무래도 우리 나라에서의 영어 교육만 얘기하는 교육자나 부모들의 관점과  차이가 있다.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미국에서는 이민자가 많고, 여러 인종들이 섞여 살아가므로 다양한 외국어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기에, 환경적으로 영어권이지만 부모의 모국어나 양육방식에 따라 이중언어의 양상이 달리 나타날 수 있음을 조금 더 넓은 시점에서 사례를 들어 서술하고 있어서 조기 이중 언어 교육에 대한 시간배분이나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둘 것인지 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저자의 강사 경험과 아이들을 이중언어자로 키우면서 직접 체험한 몇몇의 조언들은(알파벳보다 사운드 먼저, 대문자보다 소문자, 필기체 역시 열심히 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이라도 저널 쓰기가 가능하다, 좀 더 폭넓은 시선으로 시사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는 등..)  아주 독특하고 새로웠다.  또한 아무래도 미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폭넓게 추천 사이트나 교재,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이점에서는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모든 엄마들이 어려워하는 말하기, 쓰기 지도에 있어서도 구체적이고 크게 어렵지 않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서 시도해볼만 하다 싶다. (너무 따라하기 힘든 어려운 내용이라면 아예 시도도 못 해보고 포기해 버릴테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조기에 시작해야 한다느니, 초등 이후가 결정적인 시기라느니... 이런 절대적인 시점이 아닌, 내 아이의 두뇌 발달 정도, 기질, 성향 등... 내 아이를 바로 알고 내 아이에 맞춘 시기에 영어를 시작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해서 정서를 안정시켜준 후, 절대 영어에 목 매지 말고, 엄마도 거창한 액티비티로 초장에 힘 쪽 빼지 말고, 아이도 재밌고, 엄마도 편안한... 그런 자연스러운 습득의 과정을 거치는것,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기에 절대 미국인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너무 힘들게 애쓰지 말라는 점....  이런 큰 방향성을 결정한 뒤 꾸준히 계단을 오르다보면 언젠가 엄마가 그렇게도 염원하던, 영어에 있어서는 많이 자유로운 아이가 되어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거듭 읽었을 때 더 많은 가르침을 얻은 책이다.  영어에 관심을 둔 부모라면 꼭 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