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이나 유치원, 아니 유아기부터 미술 사교육이 확대된 요즘이지만... 우리 아이에겐 이러한 미술 교육을 한번도 안 시켜왔었다.  창의미술 쪽이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엄마표 미술놀이를 해주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지만, 그리기는 일부러 창의성을 가두거나 제한하는 것 같아 따로 지도하지도(사실 비전공자이기에 아이의 창의력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그리기를 제대로 지도할 능력은 내겐 없으니까...) 않았고, 별로 강조하지도 않았다.  단지 아이 옆에 늘 이면지, 스케치북, 색연필, 크레용 등을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기회는 늘 열어두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초등 입학 후에 발생했다.  저학년에서는 아직 서툰 쓰기보다는 미술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이 많고, 과학의 날, 환경의 날, 시화전 등 저학년은 주로 그림 대회에 참여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림 잘 그리는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다수의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아이가 미술을 전공하길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망신(?)스럽지 않을 만큼은 그렸음 좋겠고, 무엇보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 학교에서의 그 시간들이 자신없음으로 인해 매우 힘든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미술 사교육을 오랜동안 받아온데 반해 우리 아이는 그 흔한 미술 수업 한번 듣지도 않았고, 일부러 그리기를 따로 가르치지도 않아서인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간들이 아이에게 힘겨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의 경우는 시각형 아이와 정반대의 경우라 사물의 특징을 단순한 구조로 시각화시켜 특징을 따서 그리는 활동은 정말 힘들어했다. 어느 날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심각하게... '엄마, 그림 그리는거 가르쳐주세요.' 이런 소리를 한다.  그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 앞에 훤히 그려지는 상황이었다.  두루두루 수소문을 하고 물어봐도 저학년때는 정말 괜찮은 선생님을 만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이의 생각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었는데, 문제는 내 주변에선 그 괜찮은 미술 선생님을 찾질 못 했다. ㅡㅡ;

 

  하는 수없이 아이의 그림도 내가 봐주기로 했는데....  아이의 그림을 살펴보며 느낀 것은... 우리 아이는 그림에 있어서는 인위적인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워낙에 청각형으로 치우친 아이라 대상을 시각화하지 못 하는 문제가 조금 심하달까...  그래서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찾다가 따라 그리기 시리즈를 발견했다.  사실 예전 교육채널의 다큐에서 밝혀졌듯이 성인 여성들도 실물이나 사진 제시 없이 그냥 사물을 그려보라고 하면 실제와 동떨어진 어딘가 좀 이상한 그림들을 그려낸다.  결국 뇌 자체가 사물을 시각화시키지 못 하는 경우니 아이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싶어서, 이전에 내가 고집하던 창의성 어쩌구...이런건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아이는 단순한 구조로 된 책을 보고 금세 따라 그리기를 해낸다.  물론 이 그림대로 계속 고착화되면 안 되겠기에 이런 따라 그리기 책들을 다양하게 구비했다.  같은 나무, 꽃이라도 책마다 표현한 방법이 다르기에 다양성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고집 때문에 미술 수업도 못 듣고, 결국 학교 미술 시간에 쩔쩔매며 당황해하는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첫 시도로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에 머물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하고, 폭넓은 미술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쪽으로도 시선을 확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