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한밤중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뜨면 심장이 쿵쿵쿵 뛰기 시작하고, 캄캄한 암흑 속에서 공포감에 압도당한 채 감히 움직이지도 못 한다.  이렇게 깊은 밤에 나를 깨워 공포 속으로 끌어들어가는 생각은 바로 언젠가 ’나라는 존재가 죽어서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죽음을 맞이하기에 모두들 이러한 두려움을 안고는 살아가지만, 이렇게 자주 한밤중에 불현듯 찾아와 공포감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들 하는데, 내 경우에 있어서는....  이렇게 웃고 떠들고 때로는 화내고 아이를 보며 기뻐하고 어떤 옷을 살까 고민하고..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모두 영원히 끝이난다는 것, 내 죽은 혼은 어디로 갈것인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인지... 이런 막연함과 불안이 나를 너무나도 두렵고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 부질없고 헛되다는 자포자기한 생각이 일상을 지배해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건 내 불안한 정서의 아주 일부분일 뿐, 나를 우울로 빠져들게 만드는 다른 불안과 두려움들은 나열하기도 힘들정도로 많기도 많다.  그런 불안들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기력을 소모하거나, 괜한 걱정으로 좋은 기회들을 놓치거나, 시간이나 금전적 피해를 보는 등 불안은 많은 불편을 초래한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런 불안이 만든 긴장으로 인해 신체적 증상이 같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아서 드물지만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아주 자주 소화불량으로 인한 급체를 경험하기에 소화제나 사혈침을 휴대하고 다녀야만 하고, 시험이나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호흡곤란, 두통과 구토감을 느끼는 경우도 허다해서 참 힘들 때가 많다.  이처럼 불안을 잘 느끼는 타고난 내 기질과 예민함은 눈치도 빠르고, 분위기 파악도 잘 해서 센스있다는 말을 자주 들을 땐 나름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많은 불안과 걱정 속에 유쾌하지 못 하게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이것이 나만의 문제로만 국한되었기에  일기를 열심히 쓰면서 여러 책을 읽고 마인트컨트롤을 하고, 가끔 명상도 하면서 마음을 다져나갔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에게서 내 불안의 일면을 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달라졌다.  그냥 나 혼자 다독이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 물려준 유전적 기질로 인해 내 아이 또한 아이다운 해맑은 동심의 삶 대신 불안과 염려에 지배당하며 본성마저 억누르고 어린 아이답지 않게 성장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서 지난 몇 년간 참으로 많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해서 기다렸지만, 계속 관찰해봐도 그럴 것 같지가 않아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니 내 아이는 분리불안과 사회불안 증상을 많이 보이는데 이는 유전적인 면이 다소 있지만,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기질적인 측면도 크다고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불안도 많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시키시면 어렵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다 해냈고, 낯선 곳에서도 힘들긴 했지만 잘 버티고, 어지간해서 잘 우는 법도 없었는데 비해 우리 아이는 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잘 울고, 무척이나 안으로 움추러들고, 전혀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등... 다수의 어린 아이들이 그렇듯이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탐험해야 하는 어린 모험가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는, 완전히 세상을 믿지 못하고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해 거부하는 사회 불안이 고조되어 있었다.  이런 아이 모습에 어느 부모가 담담할 수 있을까?  그때부터 불안한 아이의 심리를 이해하고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찾아 읽고, 강연도 듣고, 상담 선생님도 찾아가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서 왜 이런 아이를 주셨는지 원망하지 않으려고, 나 때문에 아이가 이렇게 됐다고 자책하지 않으려고, 있는 그대로 이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좀 덜 힘들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도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내 자신의 내적 상처도 치유하지 못 한 상태라서 쉽게 좌절하기도 하고, 힘겨워했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그전에 내가 찾아 읽은 책들은 너무 전문적이어서 읽기 힘들거나 너무 시류에 편승해서 전문성이 떨어져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불안 버리기’는 마치 상담실에서 주치의 선생님을 한분 모셔다 놓은 듯 전문적인 내용을 서술하면서도 읽기 힘들지 않고, 일상 생활에 적용하기 쉽게 어떻게 불안을 대해야 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또한 그 방법들이 실천이 매우 용이하도록 매우 구체적이고 메뉴얼 식으로 실려있어서 이전에 여러 책은 다 읽고나서도 근데 대체 뭐부터 해야하지?라는 막막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처럼 이 책은 나도 모르게 압도당하는 불안의 실체를 알아보고, 이러한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실체와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 후에는  이를 극복해 보는 과정에 대한 준비와 방법에 대한 안내, 흔히들 겪는 불안에 관한 문제들을 자세하면서도 자상하게 일러주고 계신다.  읽어가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말해주는....  불안은 당신만이 갖고 있는 희한한 질병도 아니고, 자주 불안에 시달리고 고통받는다고 해서 당신이 별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다독여주는 따뜻함이었다.  그동안 어쩐지 부족하다고 느낀 불안감에 대한 상담이나 관련 도서에서 찾지 못한 답을 찾아낸 것 같아서 아주 흡족하다.  또한 진료 상담 자료가 일화처럼 소개되고 있고, 저자님 특유의 여러 문헌에서 발췌한 글들에 불안을 비유한 비유법도 재미나서 읽는 재미도 꽤 있다.


  현재 우리 아이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로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고 나름대로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아이가 세상을 즐겁게 산다기 보다는 버텨내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고, 아이의 얘기에 귀르를 기울이고 있으면 여전히 자기 또래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정서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많이 갖고 있다.  이제 이 책을 만났으니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도 차근차근 불안함을 제대로 알아보고, 극복할 수 있는 단계를 밟아보도록 할 생각이다.  우선 읽는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져서 여러 가지 불안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가볍게라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