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작한 것은 12월 중순이 조금 지났을 무렵 후쿠오카 여행을 시작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여행을 할 때 준비해 가는 책은

보통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 읽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하면서 조금 읽다가 그 상태로 방치해 두었던 책이다. 1월의 마지막 날 읽다 만 책들이 없다 찾다가 발견하고

오늘은 다 읽어버리자! 하고 읽기 시작했다. 아마 이 책을 방치해 뒀던 이유 중 하나는 사실 '재미가 없어서'라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 읽은 직후에는 꽤나 나를 위한 생각들을 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 결국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은 책이기도 하다.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p. 51

책이란 건 참 좋다. 책은 언제라도 자신만의 비밀의 광장으로 데려가 준다.

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나의 긍정적임을 설명하기 딱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비밀의 광장' 마스다 미리 작가의 개인적인 에세이라고 생각하며 지루할 즈음 어느 순간

"그렇다면 나는?" 하고 소홀했던 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읽고 있자니 나 역시 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지기도 했다.

난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만났다. 흔치 않은 일찍 퇴근에 들떠서인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친구도 퇴근하는 중이라기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약 3시간 정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수다라고 하기에는 진지했던 우리의 이야기.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는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나는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마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하기 전까지 어렴풋이였던 것이 말을 함으로써 사실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나의 입을 통해서 친구의 입을 통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 번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생각해준 친구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가 이만큼 변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충분히 가벼워졌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잠들기 전에도 참 기분이 좋았다.

그저 나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었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거다.

p. 85

나는 이때 앤의 생각에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다.

살다 보면 마음처럼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

내키지 않는 일을 맡아야 할 때. 정말 진심으로 싫을 때는 거절해도 괜찮지만,

뭐, 마음먹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할 경우, 나는 언제나 앤을 떠올린다.

진심이 아니어도 된다고.

표지에도 쓰여있는 것처럼

'천천히 어른이 되렴, 몇 번이고 사랑받으며 어름이 되렴'

등 '이런 어른이 되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어른일까? 진짜 어른이 되는 날이 있기는 한 걸까?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은 수두룩하고 고민도 많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해보지 않은 일들도 많은 아직 나는 그런 어른인데 아직 난 어른이라고 느끼지 않는데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런 나는 어른이라면 어른답게보다는

나에게 걸맞은 어른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그래 나 지금 충분히 어른스러웠어, 어른스러운 결정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 말하고 싶다.

p. 196

하지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을지 모른다.

요컨대 "모르겠어"인 사람이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정하지 못한 채,

무난한 관계로 지내는 것도 역시 인새에서는 있을지 모르겠구나..

짐을 싸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있다. 아마 대부분이 날들이 "하지 않는 날"에 익숙해진 날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날들이 하지 않는 날에 익숙해졌더라도 전진하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믿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나 자신에게 그만큼의 신뢰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신뢰해보려고 한다. 결국 나 자신을 신뢰하는 게 믿는 게, 전진하는 날이 하루라도 더 늘어가는 방법이고

결국 꿈을 이루는 말이면서 방법이기도 하니까! 아직 꿈이 있는 어른이라 행복하다.

가끔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어른의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