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참 심리 공부에 빠져있을 때 내 유년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우면서 자연스레 구입했던 책. 하지만 그 때는 다 읽지 못했던 책. 왜그랬지? 내 유년시절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만큼 누구에게나 있는 그 시절. 하지만 누구 하나 같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덮어두고픈 상처를 끄집어내는 책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수많은 경험들과 부모, 그리고 유명인사들의 어린시절을 예로들어 그 어린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는 삶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이제 점차 어린시절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과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런것들을 안내하는 지침서 비슷한 것 같다. 물론 모든 지침서들은 자신이 알고 깨달아야 효과가 있는 법!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물론,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뭐든 '나는 아니야, 아니야' 하고 있다면(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어떤 위안이 되고 치료가 되는 글을 읽어도 밀어내기 마련이다.

 

 '한 살 때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당신은 독특한 행동 방식, 광점, 신념 체계를 발전시킨다.' 라고 이야기 할 만큼 그 인지도 못하고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의 가장 어린 시절을 강조한다. 한 번 떠올려 볼까? 내게 한 살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가 젖은 잘 물려주었는지 내가 울 때 얼만큼 잘 달래주었는지 배변을 한 후 기저귀는 잘 갈아주었는지 잠투정은 잘 받아주었는지 등 그 어린 시절에도 살아가고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맡겨지는 삶이기 때문에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다. 그 어린 시절의 전부는 '엄마'라는 존재가 가득 차고 있다. 그 시절의 엄마의 역할에 따라(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그 후의 삶이 결정된다고 해도 무관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불안하고 상처입은 것 같고 못된 행동이나 반항을 할 때 자연스레 부모탓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누구 하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지만 '엄마, 아빠' 라는 존재가 모든 것들 다 채워줄 수는 없기 때문에. "정신적 상처를 입은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을 이겨내는 것은 오로지 자신한테 달렸다. 과거에 매여 살거나 과거가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도록 하면 결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나를 나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과거를 탓하며, 부모를 탓하며 그 자리에 멈추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아마 이건 심리학을 떠나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힘들었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문제지, 나에겐 이미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 것을! 그래도 그저 탓하기 보단 ' 내 어린시절은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어린 시절을 받아들이기' 를 강조하고 있다. 받아들인 다는 것은 '가지다'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내 상처마저 모두 갖는 것. 그 아프고 싫은 걸 갖는 다는게 과연 득이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마음만큼은 훨씬 편해진다는 것! 먼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나아가는 것의 시작이라고 한다. 무시와 싸움은 또 다른 나의 구덩이에 빠지는 시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 나의 엄마, 아빠 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여자, 남자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물론 그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을 그런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그런 객관적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그런 상황일 수 밖에 없었구나 라던가 그런 식의 이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나의 엄마를 한 여성으로 아빠를 한 남성으로, 그렇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내겐 참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용서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상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것보다 용서가 마음의 평화가 더 빨리 찾아온다고 한다. 하루에 조금씩 그땐 그랬구나. .하고 나의 어린시절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에 대한 용서를 해보는 연습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