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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단편 소설의 거장이라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선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읽었고,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는 체호프의 작품들 중 일부분일 뿐 이지만 지금도 읽혀질 만한 훌륭한 고전이다.

<관리의 죽음 >
어느 관리가 오페라를 보다가 장군의 뒤통수에 재채기를 한다.
장군은 별 일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관리는 소심함에 오해가 쌓여 계속 장군을 방문하여 귀찮게 한다. 장군은 분노를 터뜨리고 결국 그 관리는 [뱃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버려 ] 집에 돌아가 죽어버린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조소가 엿보이는 것 같다.
그냥 비웃는 듯한 블랙 코미디로 보이기도 하지만, 완전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를 반성케 하는 것 같다.

<공포 >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느끼는 것이 공포이다.
우리는 삶에 대해서도 잘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삶에 대한 공포를 느껴야 한다면 그게 맞는 말일까?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여!"
그의 가늘고 굽은 몸통을 보며 그리고 거칠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늘 들은 또 하나의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 생각났다. 그러자 자신의 행운이 끔찍하고 무서워졌다. 나는 언덕을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

공포를 느끼지 않고 살아가려면 '40명의 순교자 '처럼 아는 것을 포기하고 술과 방탕에 절어 있어야 하는가?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몰이해로 괴로워하는 친구. 그는 주인공을 믿고 집으로 데려오지만 주인공과 친구의 부인은 그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불륜을 저지른다. 불륜을 저지른 후 후회를 해보지만 주인공은 결국 친구에게 발각되고 만다.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격식을 차리지 말고 삶을 부수지는 못했던 주인공에게 결국 친구의 공포가 전염된다.

<베짱이 >
남편을 본인보다 부족하다 생각하는 아내. 그 열등감으로 인해 생긴 허세와 어리석음에, 주위에는 얕은 재능에 아첨하는 사람들만이 넘쳐 난다. 아내와의 오붓한 저녁 식사 시간을 원해서 먼 곳에서 찾아온 착한 남편을, 보자마자 드레스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보내 버린다.
아내의 외도 까지도 이해해준 착한 남편이었지만 베짱이처럼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아내는 그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정부에 버림받고, 남편이 병으로 죽고 나서야 그녀는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의 모자람에 대한 후회를 해보지만 겨울을 맞은 베짱이처럼 그 후회는 늦다.

<드라마 >
희곡 작가의 이야기.
뛰어난 희곡 작가이었던 본인의 경험이 담겨있는 작품일까?
작가 본인의 작품에서는 형편없는 작품에는 살인도 무죄가 되었다.
날 좀 내버려두라고 외치는 것도 같다.

<베로치카 >
주인공을 오래 지켜봐 왔던 베로치카라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주인공이 이사하는 날 용기 있게 다가와 고백을 하는 그녀.
하지만 주인공은 스스로의 감정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고 그녀에 대한 동정만을 느낀다.
그녀가 울며 소리 지르며 떠난 뒤 에야 그는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대한 무지각과 영혼의 무기력을 통감한다.
하지만 사랑은 후회해봐야 늦는 법. 어리석었던 어린 날의 풋풋함이 생각난다.

<미녀 >
무료한 시간이 계속 되고 있던 때에 갑자기 나타난 미녀!
지루함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미녀의 등장은 따분했던 공간을 집중력과 열정으로 가득 채우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은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아름다움을 관조 함에의 알 수 없는 슬픔.
시간이 지난 뒤 또 다른 미녀를 만나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의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슬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어쩔 수 없이 그럴 때 느끼는 슬픔.
그 슬픔은 남자가 여자에 대해 느끼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모든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인 욕망 충족의 결여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거울 >
사랑하는 남편이 병에 걸린다. 의사를 찾아가지만 그 의사도 똑같이 아프다.
결국 치료가 늦어 죽어버린 남편. 큰 슬픔을 느끼지만 이건 사실 꿈이었다. 거울을 보고 잠깐 딴 생각을 하다 꾼 꿈.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듯 문학과 같은, 삶 속의 여러 은유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비극이 사실이 아님에 안도하는 것이다.

<내기 >
처음에 은행가는 200만 루블의 돈도 장난으로 내 걸 만큼 엄청난 부자였다. 변호사는 200만 루블의 돈과 자존심 때문에 15년의 인생을 희생했다.
장난으로 여윳돈을 꺼낸 은행가와 2,30대의 15년의 시간을 내건 변호사의 입장을 볼 때, 처음 모든 상황은 은행가가 '갑 '이었고 변호사가 '을 '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15년의 시간 동안, 은행가는 방탕함과 투기에 물들어 살았고 변호사는 고독과 독서에 묻혀 살았다.
15년 후, 은행가는 결국 빚과 내기에 걸린 돈이 부담되어 변호사를 살해하려 하기에 이를 정도로 추락하지만 변호사는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은행가가 집착하던 돈 마저 도 놓아버린다.

상황역전.
결론은 책을 읽자!

<티푸스 >
티푸스란 병으로 아픈 사람이 있다.
<거울 >에도 나왔던 질병으로 당시 유럽의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것 같다.
작품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죽어가다, 다시 살아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질병의 영향인지 주인공은 주위의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지만, 병이 나아가면서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 회복은 친척 아이의 죽음마저도 가볍게 만들어 버릴 만큼 큰 '동물적 기쁨 '을 주지만, 사람이라는 건 쉽게 변하지 않는가 보다.
곧 일상의 권태와 상실감이 그를 뒤덮는다.

<주교 >
주교라는 신분은 가톨릭에서의 꽤나 높은 신분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성스러운 자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주교의 마음속을 읽는 이 작품에서 그는 거의 항상 불편한 기분을 가지고 있고 성스럽지 않은 일상과 생각을 가진다.
그런 생각에 비해 그를 성스러운 존재로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들. 친어머니조차도 죽기 직전까지는 그를 어렵게 대한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
살아 생전에는 부모조차도 존귀하게 대했던 그였지만
[한 달 뒤에 새 대리 주교가 임명되었으며 그때는 이미 아무도 표트르 예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완전히 그를 잊어버렸다. ]
직위에서 오는 힘이라는 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 자체의 힘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