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는 사람이라면 창세기 몇 장 까지는 아마도 수 없이 읽어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읽지 않는 사람이라해도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그런데 그중 하와의 인생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온 인류의 원죄의 근원이 되는 사건을 질러버린 처음 여자 사람.

죄 이후의 변화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고,

그 죄책을 평생 가슴에 떠안고 살아야 했던 그 무게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여기 "토스카 리"라는 한국계 여류작가가 아주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에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와>를 읽으며 "선악과 사건이후 공기마저 달라져 버렸던~"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눈을 번뜩이며 책 이야기를 전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로 작가는 선악과 사건 전후를 너무나 생생한 대비로 묘사합니다.

그 순간 갑자기 오물로 뒤덮혀 버린 동산의 악취가 진동하는 듯 했지요.

 

"깨어나라!"

하와가 처음 깨어나고 인지에 눈을 떠 가는 순간의 경이로움.

죄로 인해 아담과 단절되기 시작하는 순간의 안타까움.

처음 하나님께 제사를 지낼때의 마음가짐.

제사가 변질되어가는 순간.

특히 카인과 헤벨(아벨)의 사건은 성경의 몇 줄 묘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웠네요.

물론 정설은 아니겠지만 소설이란 걸 감안하고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춰 읽다보면 나름 개연성이 느껴지고 잘 짜여진  

구도가 보입니다. 

자녀들의 개성에 따른 소질이 잘 발현되어 가는 모습,

서로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고 번성해 가는 모습,

그렇게 역사책에 등장하는 고대 사회를 이루어 가는 모습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아내었네요.

특히 자녀들로 인해 불신앙이 싹트고, 미신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하와의 시선이 무겁습니다.

그때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되뇌는 천년의 회한도 밀려들고...

그러나 무엇보다 크게 와 닿는 건 하와의 갈망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처음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내달리던 하와의 희열...

그리고 두 번째 달음질...

그렇게 일생 하와가 갈망했던 대상은 바로 하와를 빚었던 하나님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하와의 자손들 모두에게도 그런 갈망이 내재되어 흐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녀의 마지막 달음질을 소개합니다. 

 

나는 너무 생각이 짧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믿지 못하고 인간의 손으로 붙잡으려 들었다.

이제는 그 모두가 분명히 보인다!

잠---불과 번개가 없고 강물에 잠기지 않은 푸르른 땅이 보인다.

보이느냐? 물이 물러가 골짜기 바닥을 따라 동쪽으로, 평야로 흘러간다.

내 영이 강을 따라 달린다. 아는 곳이다. 그 섬이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 가젤들이 강둑을 따라 달린다.

나는 함께 달리는 녀석들의 속도를, 주위의 무리를 느낀다.

내 얼굴에 오르는 온기.

점점 더 빨라진다. 이전에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이 있던가?

내 다리는 강하고 지치지 않는다. 나는 별들을 걸치고 빛을 입는다.

내가 달리는 것을 보라. 내가 달리는 것을!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나의 웃음이다.

나의 노래는 하늘까지 올라간다. 오늘밤 내가 아담의 품에 누울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깨어나라!                                                                                              p.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