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밥이 제일 맛있을까?  산해진미도 좋지만, 반찬 몇가지 없더라도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제일 맛 있는 법이다.

어떤 책이 제일 좋은 책일까? 제일이라는 수식어가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금 내게 와 닿는 책이 지금은 제일 좋은 책이다.

그렇기에 벗들이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면 난감한 것이다.

 

'성대중 처세어록'은 좋은 책인가?

지금 맘이 어지러운 분들이라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봄날 햇살을 받으면 대지를 달려나갈 청춘들에게는 따분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맘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 곱씹으며 읽어야한다.

청성 성대중이 漢文(한문)으로 쓴 글을 정민교수가 번역하고 해설한 글도 좋다.

정민교수의 번역글은 너절한 꾸밈이 없이 깔끔하다. 

이러한 깔끔함은 성대중의 마음을 독자에게 가장 가깝고 진솔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漢文으로된 원문을 옥편을 찾아가며 읽고 해석하는 것은 더욱 좋다.

그러한 작업들을 통해 18세기 조선 선비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 

體欲常勞 心欲常逸 食欲常簡 睡欲常穩 攝生之要 無過於此

몸은 늘 수고롭게 하고, 마음은 항상 편안하게 한다.

음식은 늘 간소하게 하고, 잠은 항상 편안하게 한다.

섭생의 요체는 이것을 벗어남이 없다.

윗글을 보며 문득 나를 돌아다 본다.

몸은 늘 편안함을 구하고, 마음은 늘 어지럽다. 음식은 맛난 것을 찾아 배를 채우지만 잠자리는 뒤척거리고 있다.

섭생의 길과 거꾸로 걷고 있는 것이다.

天下無可恃,   惟勤謹爲可恃.   然恃之則非謹矣,  勤反爲災.

천하에 믿을 만한 것이 없다. 오직 근면함과 삼감만이 믿을 만하다.

하지만 이를 믿는다면 삼감이 아니요, 부지런함이 도리어 재앙이 된다.

물리적 부지런함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지런함은 외면으로 나타나는 땀방울과 내면으로 더욱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가짐이 함께 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믿을 만한 것이 될 수 있다.

마음이 가난하지 못한 부지럼함은 오히려 재앙이 된다.

자신감 넘치는 나의 부지럼함은 남들을 힘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솔선수범은 밖이 아니라 안쪽을 향해야 한다.

 

옛선비의 짧은 글들은 과거의 죽은 글이 아니라 현재의 거울로서 살아있다.

작년 이덕무의 글들을 묶은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http://blog.naver.com/shinsson/90030340886 을 읽으면서

느꼈던 여유로움과 행복감을 다시 맛볼 수 있었다. 

이덕무와 성대중은 가깝게 왕래하며 서로의 글에 평을 남겼다고 하니 그 사귐이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