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가족소설이라고 책 뒷표지에 써있다.

가족 소설이라??? 뭐 그런 장르가 있었나.

어쨌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봐도 좋을 책이란 의미로 가족소설이라 이름 붙였을 것이고 그러한 이름이 아주 잘 어울린다.

갑자기 아빠가 떠나버린 그래서 엄마와 후진 똥차에서 살아야하는, 똥차가 집인 소녀의 이야기다.

책은 노란 개나리가 피듯 봄바람이 부는데, 나는 왜이리 서글픈 것일까.

가족은 결코 경제적 상황를 벗어나 행복할 수 없다는 소시민의 생활이 여과없이 그려져서일까.

아이들이라고 늘 밝고 즐거은 생활만 그려진 정말 동화같은 동화책만 읽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소녀 '조지나'가 개를 훔치기 전에 개주인 아줌마가 개와 다정히 인사하는 것을 보는 장면이다. 

에스키모인들이 인사할 때처럼,자신의 코를 개의 코에 마구 비볐다.

아주 오래 전 아빠가 날 사랑할 때 해주던 것처럼.(P39)

그냥 스쳐가도 될 이 대목에서 자꾸 걸린다. 

아빠는 이유 없이 떠나가버렸고, 그 후론 집이라는 안정적인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엄마는 시간이라는 조건을 포기해야했다. 차는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 안정감을 찾기 위해 개을 훔치고 다시 개를 찾아 줌으로써 사례금을 챙기려한다. 소녀의 순진한 발상이다.

결국 소녀는 개를 훔쳤고....

 

주인공 소녀 '조지나'와 동생 '토미'의 자그마한 갈등은 우리집 장난꾸러기 애들을 보는 듯 재밌다.

누구나 그만 때면 그렇듯 그들에겐 심각한 일들이 지금은 그저 즐거운 기억일 뿐이다.

'조지나'와 '엄마'의 갈등은 눈물겹다.

갈등은 경제적 빈곤에서 오는 어찌할 수 없음이다. 엄마라면 으례 자식을 잘 돌봐야한다고 조지나는 요구하지만

그 요구는 그저 요구일뿐 엄마는 요구를 들어줄 힘이 없다. 다만 미안할 뿐이다. 이게 현실의 엄마다.

세탁소에 해고 당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마저 고장났을 때도 다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 책 정밀 재밌다. 이야기의 흐름도, 표현의 발랄함도. 

재미난 이야기 속에서 안타까움이 크게 다가온다.

이것은 단순히 책을 읽은 타이밍 때문이라고 위로하자. 

요즘 경제가 안좋고 세계적 불황이라고 매일 신문이며 방송이 시끄럽게 떠드는 것 때문이라고 핑계를 삼자.

어쩌면 이런 아타까움들이 이 책을 더욱 밝게 빛내주는 것일 것이다.

짙은 그림자는 본체를 더욱 밝고 환하게 보여주니까..

책에선 노란 개나리가 봄바람에 하늘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