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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현대물리학에 대해 공부했다. 공부했다고 말해 놓고 나니 조금 쑥스러워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사회단체에서 여는 강좌 중에서 현대물리학 강좌를 띄엄띄엄 수강했다. 이렇게 고백하고 나니 공부했다는 말보다는 관심을 가졌다는 말이 더욱 어울릴 것 같다. 하여튼 내가 왜 갑자기 현대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내 돈을 내면서 돈도 안되는(?) 강좌를 들었는가를 말해야겠다.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원리가 궁금했다. 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고 상대적이라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궁금했다. 성경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물리학에서 태초에는 무엇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러한 물리적 구성원리와 사람의 사는 세상의 연관성에 대한 궁금함이 나를 물리학 강좌로 이끌었었다. 뉴튼도 갈릴레오도 하늘의 원리가 땅에서도 이뤄지는 것을 꿈꾸며 하늘을 보고 물리적 원리를 연구했을 것이다.이러한 궁금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인간이 본격적으로 사유하고 고민하기 시작할 때부터의 일이다. 서양철학의 시작점인 탈레스를 비롯한 자연철학자들은 철학자이기에 앞서 물리학자였고 과학자였다.

과학과 비과학은 인간의 사유방식의 구분이다. P83~84 " 비과학적이란 말은 서로 생각이 다른다는 뜻이 아니라 한사람의 생각이 지녀야 할 기준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심한 경우 비과학적이란 말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수 없는 개인적인 감정과 직관을 가리키거나 귀를 기울일 필요조차 없는 헛소리와 같은 뜻이다. 반대로 과학적이란 것은 그럴듯한 근거가 반드시 있고 절차를 지키면 그것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앎을 가리킨다. 그러니 과학적일 경우 사람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하고 주장에 대해 동의를 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내가 현대물리학을 알고자 했던 이유는 좀 더 과학적이고 싶기 때문이었다.

과학에 대한 정의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서 정의한 내용이 공감이 가서 다소 길지만 인용해 본다. http://blog.naver.com/shinsson/90027054382"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자연적인 설명을 정식화하고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과학은 물리적 세계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기록한 다음, 수집된 데이터를 분류하고 조사하여, 관찰된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해 내는 자연의 원리들을 추론하는 과정이다.
과학적 방법은 세계에 대한 데이터인 "사실들"을 수집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과학적 탐구가 가진 밑천은 쉬지 않고 증가하는 관찰 체계이며, 그 관찰체계는 기초적인 '사실들'에 관한 정보를 준다. 자연현상에 고유한 성질들이 바로 사실등이다. 과학적 방법에는 사실들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낼 가능성이 있는 원리들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시험하는 과정이 들어 있다.

잘 정립된 사실들을 토대로 시험 가능한 가설이 성립된다.시험과정을 거쳐서 "과학자들은 실질적으로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정당성을 쌓아나가는 가설에 특별한 위엄을 부여하게 된다." 이 특별한 '위엄'을 '이론'이라고 한다. "크고 다양한 사실 체계를 설명하는" 이론은 '튼튼한 이론'으로 간주된다. 이론이 "뒤이어 관찰되는 새로운 현상들을 일관되게 예측해 내면", 그 이론은 '신뢰할 만한 이론'으로 간주된다.사실과 이론은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없다. 사실은 세계에 대한 데이터이며, 이론은 사실을 설명하는 관념이다. "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과학 밖에서, 과학 언저리에서, 과학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들을 에세이로 묶었다.여기서 이야기하는 과학은 자연과학이다. 세계의 물질적 실제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야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과학, 인문과학, 자연과학 등 모두가 과학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그것의 사유체계와 연구방식이 과학적이기 때문일 것이고, 다만 다루는 객체가 차이나기 때문에 앞에 사회니 인문이니 자연이니 하는 말을 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요즘은 통합되고 서로 연관되고 있으니 자연과학 단독으로 존재하거나 사회과학 단독으로 연구할 수 없다.

우리는 얼마전 과학계와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을 목격했다. "황우석교수사건"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과학을 하려했다는 것과 생명윤리라는 근본적인 인문적 바탕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자연)과학이 (자연)과학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학이 비이델올로기적며 무정치적이라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 과학계나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의 과학계가 어떻게 연구활동을 해왔는가는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과학 역시 사회의 한 요소로서 자리 잡고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간다. 그렇기에 과학자도 인문학자도 서로 공부해야한다. 이 책은 그러한 공부를 요구하는 책이다. 과학적인 삶이 가장 인간적인 삶이다. 과학 속에 인간이 있고 인간이 과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