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제목의 역사책이 나왔다.

'왕을 참하라'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라는 부제가 붙었다.

참斬은 베다는 뜻이다.   왕을 참하라는 곧 왕의 목을 베라는 말이다.

조선왕조 500년사에서 세종과 정조를 빼고는 밥값도 제대로 못한 왕들이라고 평가하고 그러한 왕조역사에 대한 적개심을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의 멸망 원인으로 국시인 성리학의 폐단과 감투 싸움의 극치인 당쟁, 그리고 "경쟁국이 없었다는 점"을 보고 있다.

이 중 "경쟁국이 없었다" 것으로 분석한 것은 나름 참신한 시각이다.

동양 유일의 강대국인 중국과 중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500년을 편히 지내온 조선은 경쟁국이 없어 긴장을 모르고 느슨하게 연명하다 무기력하게 멸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500년을 유지할 수 있는 힘도 이러한 외교정책에 기인한다는 역설도 성립한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외부와의 경쟁이 내부의 긴장감을 높여 발전의 에너지로 전화되리라는 희망적 전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외부의 경쟁의 핑계로 내부의 백성을 억압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은 북한이라는 외부의 위협을 반공이데올로기로 튼튼히 묶고  백성의 목소리 보다는 억압 통치 논리를 강화했다는 것을 보았다.

이 책에서 가끔 보이는 박정희에 대한 뉘앙스는 결코 반갑지 않다.

책 제목만큼이나 책의 문체 또한 발칙하다.

어디한번 그 발칙한 표현을 보자.

"조선은 명나라를 빼닮은 데다 소중화라고 주접떨던 나라인데 , 신분차별제도의 악랄함은 중국이 큰 형님으로 모셔야할 정도였다." 머릿말 중에서 

"조선은 천민뿐만 아니라 서얼에게도 개 같은 나라였다." P47

"당시 끗발이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김씨 성 가진 대신들은 어이없게도 다음 왕통을 잇게 될 명복이 누군지 아는 인간이 하나도 없었다. 하이고, 이제 이 인간들 벼락 맞을 차례다." 하권 P288

직설적인 표현의 자유스러움은 논리와 책의 흐름을 자유스럽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법은 자칫 천박하다는 평가받을 수 있다.

역사책으로서의 무게감과 진중함이 문체의 천박함에 가려 그 빛을 바래질 수 있다.

'백성 편에서 본 조선 통사'에는 왕들과 신하들만 있고 백성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백성 편에서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왕들이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했다고 욕하고 사대부를 중심으로 당쟁으로 하루 해가 저물러간다고 비판을 하는 것 만으로는 백성편에서 본 역사라고 말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것이다. 진정 백성의 편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삶과 의식이 역사에 어떻게 반영되고 또한 역사의 동인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봐야할 것이다.

재미역사학자라고 하는데 저자를 소개하는데 역사학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있는 분인지 나같은 일반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네이버 책에서 저자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는 이 책 외에는 검색되는 책이 없었고, 국회도서관에서도 백지원이란 이름으로는 역사관련 논문이나 단행본을 찾기 어려웠다.

이 책의 발칙함은 백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나올 다음 책을 기대케한다.

그때는 좀 더 사료와 근거들이 풍부한 책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