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읽다.

가끔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 책 추천을 권유받을 때가 있다.

내게 책을 물어봐주는 것은 책에 대해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고마운 일이나 막상 그 고마움의 댓가로 책을 추천하려하면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먼저 그 분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어하는지, 책 읽는 습관이 어떠한지 등을 알아야 추천이 의미 있을텐데 추천을 권유받은 그 자리에서 파악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다음에 생각해보고 메일이나 전화로 알려드릴께요하고 말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하지만 책 추천에서 후회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지금 필요로 하고 있는 분야의 책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즘 직장생활에서 힘든 분이라면 용기와 힘을 주는 자기계발서류를 추천하고, 시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인문사회분야의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통하는 사람을 만들어라"는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한창 관심을 기울일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이 책을 봤다.

지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의 학부모로서 이 책이 대단히 필요한 책이었다. 그것을 읽고 난 후에 알았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하다.

내가 학부모라는 위치가 아니라면 그리 좋은 책이라 느낄만한 요소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 책이다.

200쪽이 넘지 않는 분량으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결국 좋은 책이라는 것은 그 책의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상황적) 가치 속에서 느껴지는 주관적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가치가 상대적으로 넓고 긴 범위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책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통하는 사람을 만들어라"는 내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이 측면에서 이 책이 지금 나에게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다면 그저 그런 책일 것이고, 무언가 행동이 변화까지 추동해 낸다면 그 책은 어느 정도 영양가가 높은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유태인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하는가를 일본인 아내가 유태인 남편과 유태인들을 보면서 기록한 것이다. 저자은  앤드류 서터(유태인 남편)과 유키코 서터(일본인 아내)라고 공동저자로 되어 있지만 많은 부분이 유키코의 글이다.

유태인 교육의 핵심을 자녀의 능력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 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하면 배움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 이고, 이를 위해 부모가 인내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추상적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3가지로 정리된다.

    1) 자녀에게 좋은 성적을 강요하지 않는다.

    2) 집에 많은 책을 갖추어 두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독서한다.

    3) 자녀에게 다양한 사물을 보여주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자주 함께 외출한다.

1)은 자녀 스스로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고,  2)는 學에 관한 것이며,  3)은 習에 관한 것이다.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배움의 즐거움(學而時習之不亦說乎)과 같은 뜻이다.

즉, 교육이 가르치고(敎) 키우는(育)는 Learning의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Educare의 능동적 행위이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교육이라는 영어 Education은 Educare(에듀카르)라는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 educare는 '밖으로 이끌어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밑바탕에는 자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자녀를 믿고 재능이 우러나올 때까지 부모가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유태인들의 7가지 교육법 (혹은 실천방법)을 알아보자.

    ○ 책을 주어라! 책장에 책을 가득 채워라!        -->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
    ○ 조건 없이 지켜보라!                             --> 관심을 가지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고 감동을 주라!         --> 부모가 먼저 하거나, 함께 해야한다.
    ○ 아이를 뛰어나게 만드는 말을 하라!           -->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해야한다.
    ○ 믿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라!         --> 자녀를 믿어라. 그리고 자녀의 편이 되라. 
    ○ 부모가 ‘보스’라는 것을 잊지 말라!        --> 부모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잘못된 것은 명확히 혼내라. 
    ○ 때가 되면 독립시켜라!                           --> 자녀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훌륭한 인격체로 독립시키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하라'가 아니라 '부모가 어떻게 하라'가 유태인의 교육법이다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거실에 50인치 LCD TV를 켜 놓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공부하자라고 말하고 먼저 공부하는 것이 교육이다.

거실에 TV를 없애고 그곳에 책장을 두고 책을 꽂아라. 미술관에 아이의 손을 잡고 가라. 그것이 교육이다. 

예전에 유태인들의 교육에 관하여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 안피었니?" 라고 묻고, 유태인들은 "오늘 뭐 질문했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유태인 교육법이 아이들에게 '질문'이라는 형태로 발현된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이야기 하는 것에 흥미를 가져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고, 이해한 것을 분석하고, 상상력을 발휘하고, 논리적으로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교육에 참여해 보고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 때 가장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하는 사람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질문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하고 모르는 것을 알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막연히 이야기하지 말고, 질문 하라고 구체적으로 공부의 방법을 말해주어라. 

아이들을 교육하려하지 말고, 자신부터 교육하여라. 

자신을 교육하는 것이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