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르는 뭐냐?

여행기냐. 올림픽 취재기냐? 

역자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이른바 '올림픽 취재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에세이도 아니고,여행기도 아니다.

그 모든 장르를 포용하면서도 이제까지 그 어떤 작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하루키의 과감한 시도의 결과물, 그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경이로운 달성이며 위업이다.

하지만 역자의 이러한 후기는 과장이며 전혀 이 책에 대한 정확한 표현도 아니다.

이 책은 그저 시드니 올림픽 취재기이며 약간의 에세이적 성격과 약간의 여행기를 포함하고 있다.

어떤 작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도 아닌 것이 아니라 그저 흔한 르포일 뿐이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시드니 올림픽의 르포일뿐이다.

 

무라키미 하루키는 덤덤하게 올림픽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

크게 감동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그렇다고 크게 노하지도 않는다.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선수들의 땀냄새를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석 한 구석에서 맥주를 마시며 올림픽을 바라보는 태도를 취한다.

핸드볼 경기를 낯설게 바라보면서 공의 흐름을 쫓는 것이 아니라 골키퍼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식이다.

그는 골키퍼의 움직임 속에서 또다른 핸드볼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시선은 늘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인 화면 구성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TV의 상업적인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준다.

 

특히 마라톤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을 TV가 보여줄 수 없는 선수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가끔 올림픽 정신의 숭고함이나 무정치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에 대한

 현실의 모습을 무라키미 하루키는 얘기하기도 한다.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여가 의미있는 것"이라는 쿠베르텡할아버지의 말씀은 이젠 전설의 한토막일뿐이고

현실은 승리를 위해 경쟁하고 싸우는 것이다.

참여에 의미를 두는 것은 돈많은 도련님이거나 패배자의 변명에 불과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호주 원주민 캐시 프리먼의 금메달을 통해 올림픽이 결국은 정치적일 수 밖에 없음을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라고 떠드는 올림픽의 이면에 눈물과 아픔이 숨겨져 있음을 분노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이 정도에서만 무라카미 하우키의 생각의 흐름이 보일뿐 대부분은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브라질 국가(國歌)는 아리아이고 일본의 국가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렇다다는 거다. 드럴수도 있다. 뭐 이런식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별다른 무게감 없이 그저 쭉 무라카미는 시드니를 이렇게 보았구나 하는 식으로

나도 한걸음 물러나서 바라보았다.

이 책을 왜 읽냐고 물으면 뭐라 답할까?

일단 책이 내 손에 놓여 있어서..  그리 재미 있지 않다.

그리고 중간까지만 읽고 덮으려 했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모두 읽었다.

이 책이 그런 책인가보다.

화학조미료가 많이 섞인 버스터미널의 김치찌게가 아니라

조미료없이 집에서 요리한 조개국 같은 담백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