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전 / 쓰카고헤이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펴냄

나의 학창시절은 학생운동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먼 시기였다.

아니, 나의 학창생활이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중,고등학교 시절 민주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칠때, 그 중심에는 항상 대학생들이 존재했다.

그러한 나머지 학생들사이의 연예잡지에서 당시 전대협의장이었던 인물이 인기투표에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물론 그는 지금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 맹활약(어떤의미에서)을 하고있다.

우리 현대사에 있어 학생운동이 차지하는 역할은 상당히 크다.

4.19가 그랬으며, 80년대 민주화운동이 그랬다.

그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음으로 인해, 권력으로의 신분 상승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었겠지만(과거의 학생운동 경력이 엄청난 정치 기반이 된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은 순수한 열정과 자유에의 갈망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다.

그 당시 그들의 피땀으로 인해 지금의 우리 사회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그들의 희생과 노력에 감사를 해야한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학생운동은 존재했다. 아니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1970년대 . 일본에서는 학생운동이 정점에 다다른 시기라고 한다.

그들의 현대사에대해서는 무지하다. 하지만, 사회변혁에 대한 학생들의 순수의지는 시대와 국가를 떠나 많은 공통분모가

존재 하리라 믿는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이 책 '비룡전'을 읽기 시작했다.

부유한 집안의 서자로 태어난 긴바야시 미치코.

콩쥐 팥쥐식의 전형적인 스토리 대로 미치코는 온갖 설움을 견디고 당당히 도쿄대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

개천에서 용난꼴이다.

오로지 공부밖에는 몰랐던 그녀. 어머니의 죽음에 한으로 뛰어난 의사가 되기를 갈망했던 그녀.

탄탄대로를 걸어야만 했던 그녀의 일생에 중대 사건이 발생하니 바로 가쓰라기 준이치로 라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당시 일본 학생들의 우상이자, 학생운동의 핵심이었던 인물 가쓰라기.

그는 뛰어난 학생운동 지도자로써의 역할도 훌륭히 소화해 내지만,권력에 대한 욕심을 차근차근 키워나가고 있는

야망가이도 하다.

미치코는 가쓰라기라는 인물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그에게 관심을 사기 위해 학생운동에 뛰어든다.

아니 단지 그의 주변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랑을 위해 뛰어든 학생운동에 어느덧 미치코는  가장 핵심인물이 되어버린다.

바로 일본 전공투의 의장이 되어 버린것이다.

전공투 의장으로서 또 한 남자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되니 그가 바로 기동대 대장인 야마자키 잇페이다.

우리나라 식으로 표현하면 전대협 의장 과 백골단 대장 정도 되겠다.

잇페이의 미치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미치코의 가쓰라기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이루어지기 참 힘든 전형적인

삼각함수 이면서 그 사이에는 이념이라는 절대로 쉽게 풀릴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이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문제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의 이념화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아니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학생들의 우상으로 등장하는 가쓰라기 에서도, 전공투의 의장이라는 이유로 한 여성으로써의 고귀한 삶마저 포기해야하는

미치코에게도, 학생운동에 대한 순순한 열망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개인적인 요구만 존재할 뿐이다.

그런의미에서 그들의 운동은 순수할수 없다. 그들을 따라 목숨을 바쳐야 하는 수십만의 학생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이런저런 상을 받았다는 광고문구에 혹하지는 않는다.

특히 외국 작품은 더욱 그렇다. 상이름이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게 무슨 상인지도 잘 모른다.

제일교포 최초로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는 애국심을 자극하는 광고문구와 "시위현장에서 피어난 뜨겁고 안타까운 사랑"이라는 호소 또한 건조하게 들릴 뿐이다.

내가 책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다. 또한 잘 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

종종 그런 경험도 있었다.

이 책 또한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눈물겨운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집중적으로 촛점을 맞춰서 썼다면 , 책장을 덮으며 눈물이라도 펑펑 쏟았을지도모를일이다.

긴바야시 미치코라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인의 삶에 크게 공감할수가 없다.

그녀가 실존인물이라고 하니 , 내가 이 책을 잘 못 이해했다면 , 영웅처럼 살다간 그녀의 삶에는 커다란 불경을 저지르고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집중하기 힘들고, 많이 거슬리고, 수없이 졸았던 것은 결코 500쪽이 넘는 광대한 분량의 책 두께 때문만은 아닌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