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드 몽테뉴(1532~1592)의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책 이야기처럼 여러 작가들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의 괴리 탓일까 아님 번역의 탓일까 이해되지 않는 문장으로 인해 번역가와 출판사를 다시 들쳐보게 되었다.
번역가 손우성은 1926년 일본 도쿄에서 외국문학을 전공하던 당시 김진섭, 이하윤과 외국문학연구회를 조직하여, 일본어 중역이 아닌 원문을 직접 번역하는 전통을 세우신 분이라 한다. 이책은 84년에 1판1쇄가 2007년에 2판1쇄가 나온 거 보니 옛날 번역을 다시 다듬긴한 듯하지만, 나의 이해력이 딸려 그런가, 서술어의 부정의문문같은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다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의 책 속에 몽테뉴의 글이 인용되는 이유는 당시 사상을 꼬집는 참신함과 함께 유쾌한 발언에 있지 않았을까.

♥레이몽 스봉의 변해
-학문은 무식보다 나을 것 없다-
키케로의 글을 인용하고는 이 학자보다 촌부들의 생애가 더 순탄하고 견실하다고 한다. 거기다 철학자 퓌론을 거론하며,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났을 때 배에 함께 실린 돼지가 이 혼란 속에서도 아무 두려움 없이 안심하는 꼴을 보고, 그 돼지를 본뜬 모습밖에 보여준 것이 없다며 철학자들 실명을 써가며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영혼에 관하여:사상,이성,추억-
플라톤이 사람을 '두 발 달린 깃 없는 짐승'이라 정의했다가, 사람들이 털 뽑은 암탉을 놓고 이것이 플라톤이 말하는 사람이라며 그를 조롱했다. 그러자 그는 인간이 무엇인지,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에 몽테뉴는, 철학은 잡다한 형태로 정의된 것도 너무 많아 우리의 몽상이나 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망상 속에는 아직 철학자들이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철학자들의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을 비판한다.
이렇게 철학자들을 비판하면서 몽테뉴 자신도 '미리 숙고하지 않는, 되는 대로의 철학자'라고 했고, '자신은 무식하다'란 표현까지 하며 그의 유쾌한 성격을 드러낸다.

♥독서에 대해
몽테뉴는 자신이 말하는 것이 서툴고 지식이 빈약하여 유명인들의 글을 인용하는데, 가끔은 일부러 작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글과 혼동시키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현존하는 작가의 새로운 글이나 속어로 된 문장에 무턱대고 공격하는  성급한 문장가들을 골려주려는 심사라는데, 이는 개구장이 같은 그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서재 생활에 대하여
몽테뉴는 상인 집안으로 몽테뉴 성에서 태어난 걸 보니 상당한 부자였나보다. 자신의 서재는 4층에 위치했는데, 이 곳에서는 사회나 결혼 생활 그리고 권속의 번뇌로부터 빠져나와 온전한 지배권을 가진다고 했다. 그의 책 속에 파묻힌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이 동화 속 장면을 연상시킨다.

♥결혼과 사랑에 대하여
그가 수상록 1권2권을 출판한 뒤 부인들의 서가에 장식으로만 꽂혀 있는 게 속상하여, 3권의 이번 장은 부인들이 꼭 읽어주길 바라다는 멘트까지 달아 놓았다.
16세기에 성 생활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옛날 로마 사람들의 실례까지 들며 재미난 표현법으로 이야기해준다.
당시에도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같은 풍조로 보았는지, 몽테뉴는 "새장 밖의 새들은 거기로 들어가려 애를 태우고 새장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 애쓴다"고 표현한다.
또한 당시 여자들 사이에서 오가던 말에는 이런 표현도 있었다.
"네 남편을 주인과 같이 섬겨라. 그리고 베신자처럼 그를 조심하라"

♥여행에 대하여
그가 여행하는 이유는 내가 버리고 떠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알지만 무엇을 찾을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낯선 곳을 찾아가고 다른 문화(남들은 미개하다하는 것일지라도)를 직접 경험하며, 아무 데서나 멈추고 편리한 대로 길을 돌릴 수 있는 여행의 쾌락을 만끽하기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