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이란 작가는 내가 예전에 책을 워낙 안 읽은 탓인지 첨 들어봤다. 인터넷 헌책방을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두려움과 떨림’이란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페이지가 얇아 조금 꺼려지기도 했다. 정가대로 사진 않았지만 왠지 책이 얇으면 정가를 확인해보게 되는 게 나의 이상한 버릇이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소설의 배경이 일본이고, 거기다 백인 여주인공이 일본 회사에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가 일한다는 내용이 특이하다 싶었다.

철저한 주종관계의 답답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경리부의 주인공은 처음엔 할 일이 없어 이일 저일 찾아다닌다.

처음엔 달력 맞추기 일을 찾아내고는 자신이 사랑한 노역이라고까지 위로하는 장면을 귀여운 불평을 해대는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경리부의 직무인 숫자 계산하는 일이 주어졌을 때 산수맹인 그녀는 너무나도 멍청하게 일을 처리하며 모욕적인 말까지 감수한다.

그녀의 상사들은 누구 하나 따뜻한 위로는커녕 소리나 버럭 지르고 칼날 같은 잔소리만 해대지만 그녀는 자신을 정신지체아라 긍정적으로 다 받아들인다.

하지만 마지막 7개월의 시간을 그녀는 화장실 청소로 보내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읽으면서도 주인공이 작가의 실제 경험 같다 했더니, 실제 그렇단다.

어찌 보면 자신의 무능력하고 멍청했던 지난 일들을 드러내기가 꺼려지기도 했을 텐데, 그녀는 그런 관점을 탈피한 위기를 견뎌냈던 끈기를 오히려 드러내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그녀는 이 소설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을 받았다는 데 사실 그 정도인가 의아하기도 하다. 번역하신 분 말로는, 사전 한구석에서 먼지나 뒤집어쓰고 있었을 법한 단어들이 공들여 닦은 뒤 책갈피에 끼워져 있다고 한다.

번역으로 읽는 독자로서는 그런 느낌은 잘 모르겠고, 원어로 읽었다면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으려니 하는 아련한 느낌 정도는 든다.

 

소설 마지막에 그녀가 유럽으로 돌아와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소설을 출간했다고 하는데 제목이 사실 호기심을 끌긴 하는데, 왠지 읽어보면 원어로 읽는 나라에서만큼의 큰 감동을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