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윤대녕이 단편들을 읽다 장편으로 넘어왔는데 역시 그의 글 솜씨와 신비한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뭔가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사실 그의 소설들의 스토리는 신비롭고 특이하면서 대사 또한 톡톡 튀며 재미가 있다.

그런데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비실비실 힘이 없어 보이고 실제 뭔가를 할 때도 직접 결정을 내리지 못 한다. 그에 반해 여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유혹을 하며 무당처럼 앞일을 넌지시 내다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재미와 흥미를 느끼며 중독 성향까지 보이게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코카콜라 애인이란 제목만 보고 콜라병의 실루엣 같은 애인을 얘기하려나 했는데, 이번엔 퇴폐 클럽 이야기다. 술집 코카콜라 클럽에서 마약과 혼음을 일삼는.

남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퇴폐 클럽 멤버인 한 지인 때문에 그들의 삶에 관여하게 된다는, 인생의 불연속적이고 느닷없음을 계속해서 말해주는 듯했다.

 

 

사실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는 그리 공감가지 않았지만 간간히 보이는 그만의 표현력과 대사들이 가슴에 남는다.

---하긴 가끔 뭘 좀 읽어버리며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욕심이 많은 여자여서 볼펜 한 자루만 없어져도 종일 안절부절못하거든요.

---당신을 보내고 난 뒤의 화훼 전시장은 배고픈 천사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리로 요란하더군요.

---당신을 믿어도 되겠어요?

그런 질문은 자기자신에게 하는 겁니다.

---남의 상처나 고통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불행한 여자란 뜻예요.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 말예요.

 

 

한국 소설을 읽고 나서 문학평론가들이 적어놓은 언어를 실타래처럼 꼬아놓은 듯한 뒷장을 잘 안 읽게 되는데, 이번엔 그저 그런 평과 함께 흥미로운 것들이 실려 있었다.

실패한 90년대 젊은 작가 세대에 관한 것이었는데, 신경숙은 잔잔하지만 청승맞은 자신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표절 시비로 실패, 전경린은 애초의 강렬한 불온성을 지키지 못하고 안이한 언어에 몸을 내줬으나, 배수아는 고르지 못한 성취와 서투른 문장 때문에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인공의 매혹이 은폐된 마성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