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확 끌리는 책이라 중고서점에서 고르게 되었다. 젊은 여성 작가인 카롤린 봉그랑의 사진이 겉표지 안쪽에 인쇄돼 있는데 미모 또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공공도서관에 등록을 하며(프랑스는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게 공짜가 아니란 사실에 조금 놀랐다) 책을 빌려 읽기 시작하는데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고 다음엔 무슨 책을 보라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거의는 궁금증과 혹하는 마음에 시키는 대로 그 책을 빌리게 될 것이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문장들은 꼭 그녀에게 말을 거는 듯한 의미심장한 글들이라 그녀의 호기심은 서서히 동경과 사모의 마음으로 변해간다.

여주인공이 막연한 환상에 빠져 만난 적도 없는 밑줄 긋는 남자 가운까지 준비하거나 사랑에 빠졌다고 상상하는 장면들에서는, 저자나 소설 속 주인공이 20대 중반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2프로 모자란 느낌이 안겨주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책을 다루는 경우 보통 책을 덮고 거기 나온 책들을 찾아 읽게 되는 게 보통의 경우인데, 여기서 거론되는 도스토예프스키, 니미에, 키에르케고르, 로맹가리 등의 책들은 그리 끌리지 않는다.

이 번역서 초판이 94년도 판인데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보인다.

가령 가리사니(사물을 가리어 헤아릴 실마리), 틈입자(침입자?), 보람(잊지 않기 위해 표시를 함), 손방, 옥문, 에멜무지로(헛일하는 셈치고 시험 삼아), 사위스럽다(불길한 느낌으로 꺼림칙하다), 눈비음(남의 눈에 좋게 보이기 위해 겉으로만 꾸밈) 등등.

 

번역이 조금 부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재미난 표현들도 보인다.

프레슨 교도소 정면에 [맞은편보다 여기가 낫다]란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을 누군가 알려줬다고 했는데 번역을 [맞은편보다 나은 집]이나 [맞은편보다 편한 집]처럼 자연스럽게 바꿨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월트디즈니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어항이란 표현은 왠지 나도 모르게 상상이 가니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