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기 전 요염한 눈빛의 여고생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에로 영화 정도일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언젠가 박범신 작가 인터뷰가 인터넷 신문에 나온 걸 봤더니, 자신의 소설을 영화 때문에 색안경 끼고 본다고 영화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음을 강조한 글이었다. 그래서 읽어봐야지 하며 중고로 사다놓고 책탑 속에 쌓아놓기만 하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의 소재가 남자 어른과 여고생 사이의 은밀한 감정과 성을 다루고 있기에 자극적이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를 어떻게 이해 해야할까 많은 의문이 든다.

지병이 있는 노인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시인이 청초하고 발랄한 17살 여고생을 보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욕망을 느낀다는 게 흔한 일일까?
그의 제자 서지우란 인물도 30대 후반의 사회적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사람이 여고생과 관계를 맺는다는 게 정상인가?
무엇보다 17살이나 먹은 여자애가 민소매에 핫팬츠를 입고 남자들만 있는 집에 드나든다는 것 또한  현실적인가?

하지만 나처럼 이 소설 속의 노시인과 서지우 또한 이런 고민과 고뇌로 괴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거기다 스승과 제자사이인 두 사람 사이의 교묘하게 흐르는 갈등의 분위기는 영화가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소설이 잘 살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여고생 은교의 내심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거다.
노시인과 서지우가 죽고나서 변호사와 만났을 때 그녀는,  할아버지와 선생님이 서로 사랑해서 자신이 낄 자리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이 세사람의 관계를 정리해보니 삼각구도의 사랑 줄다리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싶다. 셋 중 둘이 친하게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마치 외톨이로 남는 것 처럼, 이 소설 속의 세 주인공도 서로가 외톨이로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모습들이 되지 않았을까.

소설 속에서 따온 대사지만 조금 변형한 영화 속의 대사가 뇌리에 아직 남아있다.

--너희의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내가 볼 땐 영화나 소설이나 많이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특히 김고은의 여고생 연기는 이 소설 분위기에 적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감한 노출신은 그렇게 꼭 넣었어야만 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노시인 역의 박해일은 뭔가 어설픈 느낌이었다. 분장도 그렇고 목소리도 과장이 심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