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 되어버린 90년대에 나왔던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이란 소설 속에 흑인 재주 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잠깐 등장한다.
어떤 노랜가 찾아보니 과연 우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 잡기에는 딱인 듯하다.

남주인공은 밤늦게 맥주를 마시며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고있다 은어낚시모임의 어느 여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그 여자는 주인공의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기라도 한듯 누구의 음악을 듣는지, 레코드 에이면이 다 끝난 것까지 알아채고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다.
주인공은 이 오붓한 혼자만의 감정의 리듬과 균형이 흐트러진 것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참겠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빌리 홀리데이를 알고 있는 정도의 여자라면 그래, 참을 도리밖에--

이 구절을 읽다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손을 대지 않는다는 묘한 인간인 나가사와 선배가 주인공이 학교 식당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을 때 말을 걸어온다.
무엇을 읽고 있느냐? 재미있느냐? 물어오자 그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째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있다고 답한다.
그러자 그 선배가 하는 말이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그래~ 윤대녕과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나와 말이 통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