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읽기 2

김정연 엮음/ 김홍 그림

 

 이 책이 아무래도 어린이용이라 그런지 활자가 커서 눈에 잘 들어오긴 한다. 그리고 동글동글한 얼굴의 귀여운 그림들이라든가 어려운 단어 같은 건 한쪽 모서리에 정리해 둔 것도 맘에 든다. 근데 무슨 국어 참고서 보듯, 본문 내용을 빨간색 동그라미로 쳐 놓은 건 영 눈에 거슬렸다. 소설책을 읽는 건지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출판사의 의도야 애들 공부용으로 만들었으니 그렇겠지만 단순히 읽기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나 수난이대, 소나기 등 교과서나 문제지 같은데서 익히 보았던 내용들인데도 처음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는 시험을 위해 읽어야 되고 지금보다 한참 어린나이니 그랬을 것 같다.

 

 특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한참 어른이 되어야 저자가 전하려는 진짜 감동을 받을만한 작품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에 본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사이는 단순히 눈빛으로 정이 오가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참 여러 가지가 보인다. 24살에 과부가 된 어머니, 지금 같으면 당장 재혼을 하라고 옆에서도 부추길 나이가 아닌가싶다. 화냥년이라고 욕먹을 걱정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그 맘이 어땠을지 나도 맘이 아팠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저씨가 짐을 정리하면서 옥희에게 인형을 말없이 건네는 장면에선 정말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본인의 맘을 쪽지로 전했건만 여자는 풍금을 치며 노래로써 회피의 답을 하고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직접 둘을 대면시켜 연결해 주고 싶은 맘도 간절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픈 사랑의 이야기가 절제된 말과 행동으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전달되니 더 안타깝고 애절하지 않았나 싶다.

 

 황순원의 ‘물 한 모금’에서는 비를 피해 어느 중국인의 집 처마 밑에 모여든 사람들의 주고받는 말들이 참 정감 있었다. 날씨와 농사 얘기가 세트로 왔다 갔다 하고, 지금 몇 점이냐고 시간을 물어보기도 하다 공연히 그치지 않는 비를 탓하기도 한다. 그 자리에 험상궂게 생긴 집주인이 나타나 긴장감을 부추기다 마지막에 따뜻한 물주전자를 들고 와서는 건네는 그 장면은 추운 겨울 군고구마 김만큼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