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중학교 딸아이가 친구들과 카톡을 하거나, 문자 주고 받는 걸 보면, 혹시라도 반 아이 한명을 여러 명이 몰아서 흉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학기 초 교장선생님의 당부 말씀 중에도 요즘은 문자 폭력이 심각하다고 하셨다. 중고등 학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까, 피해자가 될까 늘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학교의 눈물은 SBS에서 방송했던 다큐를 책으로 펴낸 책이다. 방송을 미처 보지 못했거나 아니면 방송에서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제대로 되새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좋을 것 같았다. 나 또한 중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학교의 실상이 어떤지, 학교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아이들의 가시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의 고백을 담고 있다. '가시고백'. 아마도 김려령 작가의 작품에서 따 온 것이 아닐까 한다. "‘가시’는 원죄하고도 비슷한 거예요. 스스로를 찌르는 원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숨기고 있는 죄의식이 하나씩은 있을 거예요. 이것이 작은 가시처럼 시작한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자기 정체성을 흔들고, 숨길수록 심장을 꾹꾹 찌른다면, 더 깊이 박혀 곪아 터지기 전에 뽑아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가시고백이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 (김려령 가시고백 인터뷰 내용 중)

어머니가 교사면서도 아이의 폭력을 알지 못해 죽음이라는 선택을 한 권승민 군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부모가 모르는 아이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진다. 천종호 판사의 법정에는 학교의 반장이나 부반장 등 모범생들이 많고 부모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는 예들을 이야기 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 상태로 본다면 10대는 두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얼굴 표정을 보아도, 어른들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또 무리지어 있을 때, 아이들은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한다. 즉 그들이 바로 무리를 지으면 다른 아이들에게 두려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2부에서는 "자존감을 치유하고 분노를 치유하는 학교"라는 제목으로 소나기학교에서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위기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소나기 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고, 폐교에서 14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은 보고서다. 아이들마다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보듬기 위해 32명의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서 상담과 치유 등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한 보고서다. 심리 상담 결과 14명 아이들의 공통점은 자존감이 낮고 우울감이 높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담과 치료, 토의 등을 거쳐 아이들이 점점 변해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와 사회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3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에서는 학교 폭력이 1.8%밖에 안 되지만, 1.8%나 된다고 이야기하는 스웨덴 미메르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폭력을 바라보는 여러 국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사회의 폭력이 높고, 학생 폭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스웨덴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학교 폭력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선생님들은 학교 폭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학생들은 학교 폭력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은 학교 폭력이 없다고 숨기기 급급하다. 그것부터 바뀌어야 학교 폭력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다큐 내용은 마치 학교 폭력에 대한 긴 논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폭력에 대한 연구자료를 정리하고, 나름 해결책을 내 놓고 그에 맞게 실험을 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놓은 논문같았다. 또 소나기 학교 같은 대안학교가 아니라 현장의 학교에서 직접 따라 공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는 왕따 체험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 책의 마지막에는 내 아이를 지키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내 아이가 피해 학생이 되었을 때, 내 아이가 가해 학생이 되었을 때의 처신 방법이 적혀있다. "너도 맞지 말고 때리고 와,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을 하는 대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적혀있다.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해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는 아이들, 처음엔 의욕적으로 학교 폭력에 대응하려고 했지만 실전에서는 좌절하고 마는 선생님들,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덮고 보자는 교육행정자,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아이 이야기는 아니라고 믿으면서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부모들, 주변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아도 내 아이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회의 어른들. 학교 폭력에 대응하는 모든 시각을 다루고 바뀌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보고서이자, 대응 매뉴얼, 그리고 해결 방안이 있는 답안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