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이란 소녀의 죽음은 발트호프 가족을 긴장하게 만든다. 아무 죄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단지 유태인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려 한을 품으며 살았던 장인어른의 모습을 지켜본 발트호프는 자신이 그와 같은 곤경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사건 당시에 발트호프가 집 안에 있었다고 증언한 게르트 덕분에 혐의가 없는 것이 밝혀졌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의 딸 루트가 피가 묻은 자루를 끌고 갔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유태인들이 종교 행사를 위해 아이들의 피를 뽑아간다는 유태인에 대한 편견어린 소문까지 겹쳐지면서 발트호프는 점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량한 모습을 보이던 이웃들이 슬그머니 발트호프를 피하고 그의 일을 거절하는 모습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물들의 이중성이 느껴진다.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제 유태인에 대한 국가적인 증오로 발전하게 된다. 재판을 통해 무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내에 숨어 있는 유태인들의 힘에 의해 억울한 소녀의 죽음이 묻혔다고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의 근거없는 주장은 다시 발트호프 가족에게 시련을 안겨준다. 발트호프 가족에게 벌어지는 시련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발트호프 가족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일감이 끊긴 게르트는 결국 자신의 의견을 철회함으로써 연인 루트의 마음을 배신하고 만다. 발트호프가 다시 체포된 후 마을을 방문한 외지의 젊은이들이 발트호프의 집을 향해 돌을 던지고 심지어 방화도 서슴치 않는 모습은 '정의'란 이유로 행하는 인간의 비열한 행동을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힘없는 자들을 향한 집단의 광기어린 증오는 아이들에게 전염된다. 쥐의 출연으로 소란해진 아이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선생님이 수업 시간을 연장하자 아이들은 쥐에 대해 증오를 품게 된다. 쥐를 구석에 몰아세운 후 열쇠나 유리조각 등을 던지며 괴롭혀대는 아이들의 장난은 어딘가 모르게 끔찍한 느낌을 준다. 또한 아이들을 두 편으로 나누어 전쟁 놀이를 시키는 당시 독일 교육의 모습은 이후 벌어질 전쟁의 전조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 소설 답게 저자는 유대인 소년 지기와 독일인 소년 카를의 우정을 통해 고난에 빠진 친구를 돕는 진정한 우정을 묘사한다. 카를의 아버지는 자신이 젊은 시절 받았던 모함을 홀로 변호하던 친구의 모습을 회상하며, 아들에게 유태인 친구 지기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학교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주변의 시선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친구 지기를 돕는 카를의 우정 그리고 발트호프의 집에 난 불을 끄는 사람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나서 불을 끄는 카를의 아버지의 모습은 약한 소수를 변호하기 위해 희생도 감수하는 의인의 용기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한 가족에게 닥친 근거없는 오해가 증오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 본 소년 카를은 후세에 이 비극을 전달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지만 소설은 과거의 비극을 거울삼아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지 못한 독일 역사의 비극을 드러냄으로써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에필로그를 통해 작가가 남긴 마지막 글은 그 비극을 막을 수 없었던 한 독일인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어 더욱 인상깊게 다가온다.